세계적으로 면(麵)요리의 역사는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문헌을 통해 칼국수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조선시대 최고의 조리서인 '규곤시의방'에 등장한 절면(切麵)이다. 절면의 주재료는 메밀가루이고 연결제로 밀가루를 섞었다. 조선시대 칼국수는 밀가루가 흔치않았기 때문에 메밀가루를 주로 사용했다.
요즘 칼국수의 주재료는 밀가루이다. 밀 재배가 많지 않은 국내에서 칼국수가 서민음식의 대표적 먹거리가 된 건 6.25전쟁 후 외국의 밀가루 원조에 힘입은 바 크다. 대전에는 칼국수집이 타 도시에 비해 많다. 500곳이 넘는다. 150만 인구에 요식업소만 2만5000곳이어서 식당 영업이 어느 도시보다 치열한 곳이 대전이다.
대전에는 왜 칼국수집이 많을 까. 여러 설이 있지만 교통과 유통시장 발달로 밀가루와 식재료 구매가 용이했고 피란민들이 많아 원조물자인 밀가루를 이용한 칼국수 요리로 허기를 달래면서 발전했다는 설이 있다. 또한 충청과 영·호남, 이북사람 등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밀가루를 재료로 한 칼국수의 종류도 유별나게 많다.
대전 칼국수의 역사에서 대선칼국수와 신도칼국수가 빠질 수 없다. 대선칼국수는 1958년에, 신도칼국수는 1961년에 대전역 인근에서 문을 열었다. 멸치육수로 끓여내는 대선칼국수는 고춧가루를 거의 넣지않아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사골육수를 쓰는 신도칼국수는 들깨가루와 간장소스로 감칠맛이 있다.
공주분식의 얼큰이칼국수는 고추가루가 들어간 육수 면발에 쑥갓을 넣어 먹는 맛이 별미다. 공주칼국수는 공주보다 대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칼국수집이다. 대전 대흥동에는 공주칼국수 거리가 따로 모여 있을 정도다. 여기에 소나무집의 오징어칼국수, 해산물과 약재로 우려낸 오씨칼국수,대흥동 수원칼국수 등이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두부두루치기의 원조격인 진로집과 광천식당,청양식당 등에서 두루치기에 칼국수 면발을 넣어먹는 것도 별미다.
대전사람들의 칼국수 사랑은 유별나다.
시내 곳곳에는 바지락칼국수, 굴칼국수, 김치칼국수, 두울샤브칼국수 등 갖가지 맛을 갖춘 칼국수집이 널려있다.
이렇듯 갖가지 사연과 추억, 애환이 서린 음식이지만 대전시가 선정한 대전 대표음식은 아니다. 그래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대전이 갖고 있는 우리 것의 소중함을 뒤늦게 읽은 것일까. 대전칼국수를 알리는 '제1회 대전 칼국수 축제'가 24·25일 서대전시민공원에서 펼쳐진다. 지역칼국수 장인들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여서 반갑다.
컨셉트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콘텐츠만 잘 갖춰진다면 훌륭한 지역축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먹고 놀자판의 축제가 아니라면 말이다.
칼국수 축제까지 여는 마당에 나트륨 함량이 많은 칼국수의 단점을 보완할 방안도 강구해 보자. 대전칼국수의 위상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덕기·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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