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식]폭력의 내재화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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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식]폭력의 내재화에 대해

[시론]신명식 대전 시민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13-05-22 15:19
  • 신문게재 2013-05-23 21면
  • 신명식 대전 시민아카데미 대표신명식 대전 시민아카데미 대표
▲ 신명식 대전 시민아카데미 대표
▲ 신명식 대전 시민아카데미 대표
우리는 폭력에 둔감한 것일까, 관대한 것일까, 아니면 눈앞에 보이는 폭력을 애써 외면하며 용인하는 것일까.

폭력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과거에는 신체에 직접적 위해를 가하는 물리적 폭력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현대에서의 삶이 다양한 관계와 구조화된 그물망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삶의 매 접점 발생하는 원하지 않는 위해적 힘들에 의한 폭력의 양상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새로이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대응 또는 해결의 방법 또한 현실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인식과 태도에 도달하기보다는 그것을 회피하며 자신의 안일 속에 사회적으로는 폭력이 일상화되고 일반화 되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말해지던 학교폭력의 문제, 청소년들의 왕따현상과 그로 인한 자살, 날로 증가하는 성범죄, 용산참사에서 볼 수 있었던 용역 폭력, 그리고 폭력이라고 인식조차 되지 않는 언어에 의한 폭력 등.

폭력은 이미 우리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조건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우리는 삶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현상으로 바라보며 대상화시켜 버린다.

삶의 문제는 나의 문제와 너의 문제가 어우러지며 공동체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사회적 현상으로 이 문제를 볼 때는 분석과 관찰과 기술이 주요한 일이 될 뿐 주체의 활동이 필요한 공간은 불필요해진다.

근대사회를 형성하면서 현대인은 물리적 폭력에 저항하며 이를 거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폭력은 구조화되어 가면서 새로운 형태로 그 모습을 변화시켜 왔다. 폭력은 후기 산업사회와 조우하면서 물리적인 방법보다는 구조적 방법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법, 제도, 자본 등을 요소와 형태로 폭력을 다양한 영역과 대상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구조적 폭력 혹은 객관적 폭력은 가시화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구조적 폭력의 작동과 그 결과에 둔감하기 쉽다. 따라서 이처럼 실제적으로 사회적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결정하는 냉혹하고 추상적인 체계와 논리로서의 폭력은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총체적이며 익명성을 띠기 때문에 그 주체와 책임의 소재 또한 불명확하다.

그러나 사회적 현실과 현대인의 삶의 조건에 조금만 사회적 상상력을 가진다면 우리에게 이러한 문제는 확연히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광주 민주화 항쟁을 비하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부의 언행이 문제가 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역사적 사실의 문제일 때는 표현의 대상에 대한 인식의 근거로써 팩트에 대한 진술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팩트에 대한 근거와 진술과 태도가 허위일 경우, 그것은 표현의 차원이 아니 의도를 가진 주장으로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구성된 허위를 바탕으로 한다면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에게 그것은 단순한 주장이나 표현을 넘어서는 언어를 사용한 폭력일 것이다.

이러한 폭력을 애써 외면할 때 그것이 우리의 눈과 귀에서는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이는 더욱 철저히 구조화되고 우리의 존재와 사회에 내재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의 내재화는 더욱 커다란 폭력이라는 괴물로 나타나서 우리의 삶과 공간을 유린하게 될 것이다. 파시즘의 유령과 2차 대전의 참상은 단지 기억과 회고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현실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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