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문장의 대화, 사랑과 이별에 관한 '공감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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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문장의 대화, 사랑과 이별에 관한 '공감 포토에세이'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전영관 저

  • 승인 2013-05-16 14:00
  • 신문게재 2013-05-17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그 나라에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사랑 말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심장 하나만 주세요.”

본문 '산타에게 미리 보내는 편지' 중에서.

눈으로 지나치는 일상이 사진이 되고, 기억에도 남지 않았을 그 순간이 삶으로 들어앉는다. 넘치지도 않고 고스란히. 사진이 시인과 공명했듯, 눈이 마음과 공명했듯, 이제 독자와의 깊은 공명을 준비한다.

시인 전영관이 사진작가 탁기형과 함께한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는 사랑, 아련, 그리고 이별의 눈물이 묻어나는 공감포토에세이집이다.

치료제가 아닌 진통제만 난무하는 거리에서 사랑도 연애산업의 전단지로 유통되고, 대책 없는 긍정주의가 치료시기를 늦추게만 했으니 상대를 사랑한 게 아니라 단지 사랑을 사랑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감성적 글과 사진이 공명하면서 사람을 향한 우리 그리움과 외로움을 북돋는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감정을 외면하는 데 익숙한 비뚤어진 우리에게 웃음과 울음, 그리고 사랑을 되찾아준다.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에도 공식이 있는 것처럼 연애지침서가 쏟아지고, 상처를 치유해 주겠다며 힐링 프로그램이 감기약처럼 팔려나가는 요즘. 지은이는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데는 아무런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공감을 선택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침 대신, 자신들의 속마음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낸다.

누군가의 덕담 몇 마디로, 안온한 문장으로 치유될 거라면 그건 상처라고 할 수 없다는 저자가 동아리 선배처럼 친근하다.

사랑이 묻어난다. 아련도 묻어난다. 그리고 이별의 눈물도 묻어난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감정을 외면하는 데 익숙한 비뚤어진 우리에게 웃으라고, 울라고, 그리고 사랑하라고 작게 조근거린다. 사진이 시인의 문장들에 즉각적 감흥을 일으키도록 풀무질을 하고 시인의 문장들이 사진의 또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주기에 충분하다.

전영관 저/푸른영토/392쪽/1만4000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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