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과중 호소' 새내기 복지공무원의 죽음

논산시 소속 30대 열차에 치여… 경찰 “자살 가능성”에 유족 의혹제기

15일 열차에 치여 숨진 논산시 소속 사회복지 공무원 빈소가 마련된 백제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새내기 공무원이 운행 중인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숨진 공무원이 과도한 업무 탓에 극단적인 선택을 택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반면 유족들은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사망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오전 1시 41분께 논산시 덕지동 호남선 상행선 철로에 논산시 사회복지과 공무원 A(30)씨가 익산발 용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였다. 경찰과 코레일 측에 따르면, 이 사고로 A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으며 열차는 40여 분간 지연됐다.

열차 기관사는 “열차 운행 중에 한 남성이 철로 안으로 들어와 경적을 울리고 멈췄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고 경찰 조사에 진술했다.

▲과다 업무 탓에 자살?=A씨의 사망사고 소식에 논산시청 사회복지과 동료 직원들은 충격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부서 직원인 B씨는 “힘든 일임에도 성실하고 밝은 성격에 늘 긍정적인 동료였다”며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 충격이 더 크다”고 침통해 했다.

논산시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3일 공무원에 임용돼 논산시청 사회복지과 장애인 담당 부서에서 근무해왔다. A씨는 장애인복지시설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왔으며 부서 직원 4명과 함께 논산시에 등록된 장애인 1만 6000여 명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 탓에 A씨가 과다한 업무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역시 열차 기관사의 진술과 사건 현장에 의도적으로 출입하지 않는 한 들어오기 어려운 장소임을 감안, 자살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진술과 현장에 외부 침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참작하면 자살의 가능성이 크다”면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 '자살 아니다'=유족은 A씨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의 부친(58)에 따르면 A씨의 시신에서는 열차에 뛰어들어 부딪혔으면 발견됐어야 할 부상의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부친은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둘째 아들은 자살하지 않았다”며 “낮에는 정신적 충격에 정황이 없었지만, 시신의 흔적 등을 보니 자살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부친은 “아들은 5일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했고 6일 당직 근무를 섰다. 7일 근무 이후 귀가해 그날 피곤한 하루에 대한 심상을 일기에 적었을 뿐”이라며 “일기 내용을 과도한 업무 탓으로 연결해 자살 가능성을 추측하지 말라”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7일 자신의 일기에 '나에게 휴식은 없구나. 사람 대하는게 너무 힘들다. 일이 자꾸만 쌓여만 가고, 삶이 두렵고 재미가 없다'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우성·논산=장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