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스토리]대전시교육청 이지한 부교육감

[에듀 스토리]대전시교육청 이지한 부교육감

학창시절 천양원에서 '형설지공' 非고시출신, 공직자들의 희망아이콘 또래공감문화형성ㆍ드림워커 육성 교육사업 지속 추진 의지 보여

  • 승인 2013-05-15 14:06
  • 신문게재 2013-05-16 11면
  •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강제일 기자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강제일 기자
▲ 이지한 대전부교육감의 학창시절은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33년의 공직생활을 열심히 한 덕에 대전 교육행정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인터뷰 도중 과거를 회고하는 대목에서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 이지한 대전부교육감의 학창시절은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33년의 공직생활을 열심히 한 덕에 대전 교육행정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인터뷰 도중 과거를 회고하는 대목에서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지한(57)대전부교육감은 공직 사회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는 공무원 가운데 한 명이다.

9급(세무직)과 7급(행정직)을 거쳐 고위공무원단(1ㆍ2급)에 올랐다는 것 만으로도 비(非)고시 출신 공무원들에게는 '희망 아이콘'이 되고 있다.

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간극장'이 있었다. 그것도 너무 드라마틱하기에 감동적이다. 어떤 이는 눈물을 글썽일 정도다.

#보육시설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다

소년 이지한은 고아가 아니었다. 그는 대덕군 기성면(현재 서구 기성동)에서 태어나 기성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얼마쯤 지나 선친이 돌아가셨다. 이로 인해 가세가 급격히 기울자, 선친이 양자로 들어간 청양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러나 청양 미당초등학교로 전학을 간 뒤 2학년 초까지 다니다가 청양에 있는 집도 살림이 넉넉치 않아 학업을 2년간 중단하고 말았다. 이 시기 나무도 하고 농사를 거두는 등 '소년 농부' 역할을 해야했다. 그 때 지한의 어머니는 공부를 해야 한다며 다시 대전으로 '컴백'을 지시했다.

유성초(당시 유성국민학교) 2학년으로 전학 온 이지한은 거처가 마땅치 않아 학교 인근의 보육시설인 '천양원'에 둥지를 틀었다.

주거가 비교적 안정되자 이지한은 2학년 2학기 때 전교 1등을 시작으로 최상위권 성적을 중학교까지 이어갔다. 유성중에서 대전고를 가기 위해 3학년때 몇 달간 10여명이 학교장 관사에서 기숙 공부를 하며 당시 영재학교로 꼽히던 명문 대전고에 들어갔다.

이 때 인연이 된 죽마고우가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이다. 대덕군 기성면에서 태어나 중학교와 고교를 같이 다니며 서울생활을 하며 유 수석은 성균관대 교수로, 이지한 부교육감은 교육부 관료로 교분을 다져왔다. 그 바빴던 대통령 인수위 총괄간사를 맡았던 유 수석은 '절친 이지한'의 전화는 받았다.

#고교 시절 방황하다. 그러나 꿈은 컸다

그는 '개천에서 용 났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자수성가 해 이 자리까지 왔다. 원래 이 부교육감 집이 가난한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근현대 저명한 학자이자 문장가인 현산 이현규의 손자다.

이 부교육감은 “집안에 과거부터 출세한 조상이 많아 '참판댁 자손'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며 “특정 지역에서는 우리 집 땅을 밟지 않고서는 사람들이 지나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한창 예민할 사춘기 시절 집안 형편 때문에 천양원에서 1976년 대전고를 졸업할 때까지 머물렀다.

가정 형편상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어린 생각에 이지한은 고교 시절 공부를 게을리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공직자의 길로 들어선다.

7급 공채 출신으로 알려진 이 부교육감은 원래 9급 세무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영문편지 번역일을 해오다가 충남 일선 시ㆍ군 세무서에서 1년간 근무하다 세무행정은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중앙부처에서 근무해보겠다는 마음으로 7급 시험을 봐 교육부에 들어왔다”고 교육 행정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 부교육감은 항상 마음 속에 자신을 키워준 천양원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있었다. 대전시 부교육감으로 금의환향해 첫 방문한 곳도 그곳이었다.

#교육부 공무원 가운데 '최고참', 술은 마다하지 않는 형

교육부 입성 후 그는 남다른 기획력과 친화력으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운영지원과장, 감사관실 기획감사담당관, 서울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치면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부교육감은 교육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시절인 2010년 사회적 이슈를 몰고 온 '서울대 법인화법', '과학벨트법'과 2011년 '학원법' 등 굵직굵직한 중요법안의 국회통과를 진두지휘하며 성과를 낸 것은 공직에서 떠날 때까지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 부교육감은 공직 생활 중 대부분은 모셨던 상사들이 다시 같이 일하자는 권유가 많아 어느 상사는 세 번씩이나 모시고 일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이는 이 부교육감의 좌우명인 항상 '최선'을 다한 결과다.

그러나 공직에서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충청도 양반' 출신으로서의 아쉬움이다. 열심히만 하면 상사가 알아서 다 챙겨주리라 믿었는데 때로는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때 그때 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마음 고생도 많았고, 직장을 그만 두려 한 적도 있었다. 참지 못하고 그때 직장을 그만 두었으면 오늘 이 자리도 없을 것이다.

그는 “그래서 지금도 후배 공무원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나 꼭 하고 싶은 말은 윗사람 눈치를 보지 말고 확실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 부교육감은 교육부에 근무하는 현직 공무원 가운데 최장수 고참 공무원이다. 33년째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 선배는 물론 후배들까지 인맥이 거미줄 만큼이나 단단하다.

오랜 세월 공직 생활 덕인지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민원인과의 대화는 물론 공직 내부에서 올라오는 결재 서류 처리가 빠르면서도 완벽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33년간의 경험치가 이 부교육감을 '교육행정의 달인'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는 술에 대해선 그 누구에게도 주량을 말하지 않는다. 얼마나 먹느냐고 물으면 그냥 남들 만큼 먹는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주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술을 적지 않게 먹는 형이지만 술을 먹든 먹지 않든 여태껏 지각을 단 한 차례도 해 본 적이 없다. 이것은 선후배 공무원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내년 교육감 선거 출마를 묻는 질문에 그는 “대전 교육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게 부교육감의 소임”이라고 직접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기회가 되면 뭐든지 하겠다는 말로 출마 의사를 에둘렀다.

그는 '대전판 행복교육' 실천 구상과 관련, “학생들의 인성, 감성, 창의성이 균형 있게 발달하도록 하는 '또래 공감문화형성 사업'과 진로 교육의 결정체인 '드림워커 육성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교육감은 이어 “새로운 일을 구상하기보단 지금껏 해 온 일을 잘 다듬는다면 자연스럽게 '대전판 행복교육'은 실현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강제일 기자ㆍ사진=손인중 기자

●이지한 부교육감은 누구?

학력=대전고, 한성대 영어영문학과, 연세대 교육대학원 경력=교육부 운영지원과장, 교육부 기획감사담당관, 교육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공주대 사무국장, 서울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 대전시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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