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년처럼 봄 가뭄에 시달리지 않으니 좋다. 봄 가뭄처럼 농심을 애타게 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모내기를 할 즈음에 찾아오던 봄 가뭄은 무엇에도 비길 데 없는 재앙이었다. 봄 가뭄이 계속되면 봄 가뭄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 가지 묘책들이 동원되곤 하였다.
지금도 집중 폭우나 태풍이 어느 특정 계절에 집중되기는 하지만 때때로 특정지역은 가뭄에 시달리는가 하면, 농사일을 떠나 당장 먹을 물 걱정에 날을 새기도 한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우순풍조(雨順風調·비와 바람이 부드럽게 내리고 부는 일)를 기원하면서 내리는 빗물을 잘 관리하는데 정성을 다하였다. 지금도 수자원(水資源)이라 하며 물 관리는 변함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인류가 생존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수자원을 관리하는 데는 예전부터 5가지 방법이 있었다. 바로 인수(引水), 배수(配水), 저수(貯水), 양수(揚水), 방수(防水)다.
우선 비가 내리면 그 흐르는 물을 필요한 곳에 잘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수다. 흐르는 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물도랑을 만들어 잘 흘러들게 한다. 흐르는 물을 순리대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없는데 엉뚱하게 물도랑을 내면 물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여기에서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물을 끌어들이는 일에 못지않게 넘치는 물을 여러 곳에 잘 보내거나 잘 빠지게 하는 일인 배수 또한 중요하다. 배수가 잘못되면 쓸데없는 물이 되고 만다. 이제 차고 넘치는 물을 거두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쓰는 일인데 바로 저수다. 저수는 상당한 토목기술을 필요로 한다. 단순한 웅덩이로부터 저수지·댐에 이르기까지 물을 가두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저수시설이 잘못되면 큰 낭패를 보기도 한다.
저수기술 못지않게 많은 시설과 장비가 필요한 것이 양수다. 양수는 낮은 곳에 있는 물을 위쪽으로 퍼 올리는 기술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에 두레박에서 첨단양수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슬기를 모아 많은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 왔다. 다음으로 물이 새는 것을 막는 방수다. 물 샐 틈이 없도록 한다는 말이 있듯이 방수기술 역시 계속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모쪼록 가뭄이든 홍수든 잘 관리해서 행복한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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