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스승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스승은 제자들을 더욱 사랑하는 계기로 삼는 날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날에 대한 학교 구성원이 느끼는 심경은 서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자식을 맡겨놓은 학부모는 '성의 표시'에 고민하고 교사도 이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아예 휴업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생, 학부모, 일선 교사들에게 바람직한 스승의 모습은 무엇일까. 대전교육계의 대표적 원로인 홍성표<사진>대덕대 총장을 만나 스승의 날 의미와 시대가 원하는 '참 교사'의 모습, 교권 회복 방안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전교육의 '어른' 홍성표 대덕대 총장은 “스승의 날 꽃 한송이 무게를 느껴야 한다”는 한 마디로 이날의 의미를 함축했다. 스스로 가슴에 꽃을 달 자격이 있도록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뜻이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꽃 한송이로 대표된 교사의 헌신적인 노력을 고마워해야 한다는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홍 총장은 “이날 전국 선생님들은 교직에 들어온 초심을 생각하며 각오를 새롭게 하고 학부모와 학생은 선생님들의 노고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학부모, 선생님 모두 이날 자신들의 끼를 발휘하는 잔칫날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스승의 날 바람직한 학교 구성원의 모습을 제안했다.
진정한 스승의 면모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가치관을 내놨다.
홍 총장은 “선생은 많아도 스승은 별로 없다는 말처럼 요즘 진정한 스승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학생들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사람이 비로소 진정한 스승이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같은 노력이 수반될 때 최근 실추되고 있는 교권회복이 가능하다는 논리도 폈다.
홍 총장은 “교육자들은 평범한 월급쟁이가 아니고 미래의 일꾼을 길러내는 중요한 자리”라며 “스스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할 때 교권도 세워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충남교육청 전문직 비리 사건을 언급하며 “특히 우리 고장 같은 경우는 선생님들이 도덕성 회복, 책임성 강화 등을 하려는 노력을 보일 때 교권을 회복할 수 있고 스승의 날 의미도 크게 다가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교원 양성기관의 변화도 촉구했다.
홍 총장은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이 요즘 일반대학의 교육과정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게 이래선 안 된다”며 “학점에 매몰되지 말고 교원 양성기관은 평생 교육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선생님의 덕목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승의 날을 맞았는데 대전 교육계 원로로서 이날을 맞는 소감을 밝히신다면.
▲학생들의 존경을 받는 스승, 학생들을 사랑하는 스승을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이같은 소망이 이번 스승의 날을 계기로 꼭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선생님은 학생을 가르치는 역할뿐 아니라 인생을 이끌어주는 참 스승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참 스승이 교육현장을 지켜갈 수 있도록 모두가 새롭게 다짐하고 변화하는 교육계 축제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사와 교수, 교육감, 대학 총장을 두루 거치셨는데 그동안 교육계에 계시면서 특별히 생각나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지요.
▲예나 지금이나 직책과 역할은 달랐지만, 교육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교직에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때 천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가르쳤던 아이들을 얼마 전 만난 적이 있습니다.
30년이 지나고서 교육청의 '스승 찾기' 코너를 통해 만났습니다. 당시 2학년부터 6학년까지 23명을 한 교실에서 가르쳤는데 나름대로 모두 성공한 모습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아마도 모든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사랑은 같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시대는 학생을 행복하게 하고 학교를 제2의 가정으로 만들 수 있는 '참 스승'을 원하고 있습니다. 총장께서 생각하고 계신 '참 스승'의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킨더 슈런트(Kinder E. Schunert)는 “평범한 스승은 말하고(The mediocre teacher tells), 좋은 스승은 설명하고(The good teacher explains), 뛰어난 스승은 모범을 보이고(The superior teacher domonstrates), 위대한 스승은 영혼을 감동시킨다(The great teacher inspires)”고 교사의 수준을 4단계로 나눈 바 있습니다.
참 스승의 상(像)은 가슴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감각을 갖추고 학생을 공정하게 대하면서 실력을 두루두루 갖춘 선생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움직이는 교과서여야 하고, 교과서 안에 살아있는 교육내용을 실생활과 연계시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감동의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야,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 다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감성이 생기고 창의력도 발달합니다.
-참 스승이 왜 중요한 것인지, 참 스승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나의 교육적 철칙이 있다면, 한 나라의 교육수준은 스승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좋은 교육제도나 내용과 방법은 스승의 의지에 따라 더욱 가치있게 학생들에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장흥, 필귀사'(國將興, 必貴師)라는 순자의 말이 있듯 스승을 귀하게 여기는 풍토, 그것은 이 민족의 생존과 번영의 좌표를 찾아 고정하는 제일가는 잣대입니다. 제자에 대한 사랑이 없는 학교는 정서적으로 죽은 학교입니다.
사랑은 스승과 제자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로 참된 믿음의 상호작용과 마음의 공감이 일어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제자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존엄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참 스승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스승의 첫 번째 사명은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을 학생들이 따르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의 생명은 수업에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움직이는 교실, 생각하는 수업'으로 가슴 따뜻한 감성과 찬 머리의 지성을 함양시키는 교과교육의 전문가로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또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 눈높이 교육을 실천해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업은 우선 재미(interesting & exciting)가 있어야 합니다. 흥미진진한 사례를 다양한 수업방법에 적용, 시종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삶의 지혜와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고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교훈적인 수업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훌륭한 스승은 결국 수업의 총체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이고,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교육 수요자가 학교경영에 참여하게 되고, 학교의 자율화,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교원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책무성과 역할기대가 과거보다 현격하게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그만 것에도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내 앞의 것에만 매달려 무한책임을 물으며 따지려 드는 분위기가 교권 붕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교권의 붕괴는 곧 교육의 붕괴이고, 우리 아이들의 장래를 망치는 것입니다. 하루속히 교권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영국의 국왕 찰스 2세가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부속학교 방문했을 때의 일화는 교권 확립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이 학교장은 공식의례에 따라 국왕이 교장 앞에 서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국왕의 앞을 가로막는 불충(?)을 범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모자를 쓴 채 폐하의 앞에 서는 시례를 용서해주십시오. 학교 안에서는 교장인 저보다 더 높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교장은 학교 안에서, 교사는 교실 안에서 권위를 누릴 수 있어야 매사 막혔던 사도의 기(氣)도 시원하게 통하고 교실도 변할 수 있습니다.
교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부모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사제지간의 미덕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최소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긍지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학부모님은 선생님들을 믿고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 격려의 박수와 감사의 마음에 부족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을 바로 세우는 데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가정교육을 강조하는 의미인지요.
▲그렇습니다. 학교교육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가정교육, 밥상머리 교육이 철저하게 올바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은 최초의 학교이고, 부모는 최고의 교사입니다. 가정에서 학생교육에 함께 나서지 않으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참된 인간을 기를 수 없다. 자녀는 밥상머리에서 예절, 공동체 생활, 삶의 지혜 등을 부모님으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예컨대 식사 전에는 청결한 마음으로 손을 씻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식탁에 앉아서 음식이 마련되기까지의 부모님의 수고 하심과 정성을 되새겨야 합니다.
또 어른을 공경하고 가족끼리 화목하게 식사를 하는 예절을 배워야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밥상머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가정에서부터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훌륭한 부모는 100명의 교사보다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교육은 학교교육만으로 한계가 있고, 가정과의 연속선상에서 교육할 때, 원만한 인성을 가진 인간 교육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강제일 기자ㆍ사진=대덕대 제공
●홍성표 총장은 누구?
학력=한양대 대학원 이학박사, 충남대 명예 자치행정학박사, 몽골공화국 종합교육대 명예 교육학박사 경력=충남대 교수(학생처장), 대전시 3ㆍ4대 교육감(교육감협의회장), 대전대 석좌교수, 목원대 석좌교수, 충남대 명예교수, 교육인적자원부 개방형 자율학교 추진위원장, 전국체육대회개선 특별위원장, 대전사랑시민협의회장,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 포상=황조근정훈장, 세계자유 민주연맹 국제자유장, 몽골공화국 최고교육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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