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간 등돌린 대전 중구의회 '삭막'…작년 폭력사태후 법적다툼 확산

김 의장 “원수처럼 됐다” 한숨

본회의장 폭력사태를 경험한 대전 중구의회가 해가 바뀐 지금까지 화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폭력사태는 결국 검찰 고소로 이어져 의원들이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거나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등 법적인 다툼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구의회 의원들이 동료관계를 맺지 못하고 고발인과 피고발인, 증인의 법적관계로 변질됐다.

13일 제17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개원한 중구의회 분위기는 삭막했다.

40여 분간 진행한 본회의가 끝나자 의원들은 먼 산 보듯 동료의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각자 의원실에 들어갔다. 이번에 처리할 안건에 대해 의견을 나누거나 웃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중구의회 의원들이 서로 대화없이 지낸 것은 1년에 가깝다.

지난해 7월 중구의회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본회의장에서 의원들끼리 뒤엉키는 폭력사태가 발생한 후부터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의회가 재발방지 약속과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검찰 고소로 이어졌다.

당시 본회의장에 있던 A의원은 동료의원 B·C의원을 모욕과 폭력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D의원은 동료의원 E의원을 명예훼손·상해·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그 결과 피고소인 B·C의원은 대전지방법원의 약식명령으로 각각 벌금 100만원·50만원을 구형받았고, E의원은 검찰에서 벌금 300만원으로 지방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다툼은 약식명령에서 그치지 않고 정식재판으로 이어져 다음달부터 중구의회 해당 의원들은 법원에 출석해 동료의원이 정말로 폭행을 했는지 따지는 과정을 밟게 된다.

법적 다툼을 이어오는 동안 중구의회 의원들은 동료관계는 깨지고 고발인과 피고발인 처지가 됐고, 서로 식사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 의회 사무국직원들은 의원들이 벌이는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돼 줄줄이 법원에 출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의회 정상화를 위해 의원들이 갈등을 봉합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중구의회 김병규 의장은 “모두가 동료의원인데 최소한 고소고발은 하지 말아 달라고 의원들에게 부탁했는데 약식명령까지 내려진 지금은 도저히 중재가 안되고 있다”며 “의원들이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해야 지역도 발전하는데 지금은 서로 원수처럼 돼버려 안타깝다”고 한숨지었다.

임병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