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이번 예산 삭감을 계기로 정부의 자공고 지원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전국 자공고에 일률적으로 지원하던 예산을 올해부터 학생 수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는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종전에는 교육부 1억원 시·도교육청 1억원 등 연간 2억원이 자공고에 지원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신규로 지정 학교에만 같은 액수를 주기로 했다. 나머지 학교는 받던 돈이 대폭 줄었다. 학생수 1000명 이상인 학교에 교육부 시·도 교육청 7500만원씩 1억 5000만원, 500~1000명인 곳에는 각각 6750만원씩 1억 3500만원, 500명 이하인 학교에는 6000만원씩 1억 2000만원이 돌아간다.
이에 따라 대전 6개 자공고 가운데에는 송촌고, 대전고, 대전여고, 충남고가 1억 5000만원, 동신고와 노은고는 1억 3500만원을 받게 됐다. 지난해보다 많게는 6500만원에서 적게는 5000만원씩 주머니가 가벼워진 셈이다.
이 예산은 자공고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수립과 운영에 쓰인다.
현장에서는 대폭 예산 삭감으로 각종 교육과정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대전의 모 자공고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국비가 깎이다 보니 방과후 학교, 체험학습 등 사전에 계획했던 각종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거나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처음부터 없었던 돈이면 몰라도 있던 돈이 없어지는 판국이니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자공고를 육성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지원 규모를 줄이면 어떡하느냐?”며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을 따졌다.
더욱이 교육부가 일반고 슬럼화에 대한 대책수립에 착수한 상황이어서 자공고가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앞으로 정부 지원이 일반고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자공고는 소외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자공고 예산 감축은 새정부 국정과제 수행에 따른 것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자공고 지원 확대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입장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새 국정과제가 다시 수립된 상황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지원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또 전국 자공고 예산 집행 현황을 분석해 보니 다수 학교에서 불용액이 있었던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국가 재정이 확연히 늘어나지 않은 이상 자공고 지원 예산은 지금보다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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