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열린 공간에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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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택]열린 공간에서 사는 법

[중도 프리즘]김호택 연세소아과 의원 원장

  • 승인 2013-05-12 13:11
  • 신문게재 2013-05-13 21면
  • 김호택 연세소아과 의원 원장김호택 연세소아과 의원 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 의원 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 의원 원장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할 때에 항상 하는 얘기 중 하나는 '인터넷의 위험'에 대한 것이다. 물론 나만의 고유한 생각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마저도 간과하기 쉬운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은 양날의 칼이다. 인터넷의 위대함은 숨 안 쉬고 살 수도 없지만 인터넷 없는 세상에서도 살 수 없는 우리가 되었음을 스스로 발견하면서 나타난다. 그만큼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책상에 앉아 세상 모든 사람과 지식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의 진짜 무서운 또 하나의 능력은 언제나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영원불멸의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고 컴퓨터가 남아 있는 한 인터넷에 한 번 올라간 정보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비방할 일이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하라는 것이다. 좋은 얘기는 영원히 남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악플'을 잘못 달고 나서 몇 년, 혹은 몇십 년 후에 자기 발등을 도끼로 찍었다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에 학창시절에 댓글 한 번 잘 못 달았다가 대기발령 받은 여성 경찰관 얘기가 매스컴에 나온 적이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국가정보원 여직원이 구설수에 오른 사건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더 얘기할 필요도 없다. 마음 먹고 검색하면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글을 올렸는지 모두 찾아낼 수 있다.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참 무서운 일이다. 100년 후에 내 증손자가 내 이름만 검색하면 살아온 인생이 그대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좋은 일만 하고 행복한 기억만 갖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 감추고 싶은 과거와 다른 사람의 비난거리 몇개 없는 성인군자가 몇 명이나 될까.

그래서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에는 정말 많이 생각하고 조심해서 올려야 한다. 자신이 올리고 싶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흥미를 끌 만한 일로 인터넷에 올라가는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영웅이 되지만 더 많은 경우 완전히 망가지는 사람이 많다.

몇 년 전부터 '녀'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여러 사건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 사람들이 비난 받을 만한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잘못보다 훨씬 큰 사회적 질책을 받은 것도 우리는 기억한다. 그 사람들이 사람을 죽이거나 돈을 사기 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신상이 털려 이 나라에서는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고통을 겪었다.

최근에는 어느 대기업 임원과 어느 제과업체 사장이 열린 공간에서 서비스 하는 직원에게 폭력을 가한 사건들로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그 대기업과 제과업체라는 회사 자체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느 우유회사의 경우는 더욱 치명적이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CCTV도 도처에 널려 있다. 도시에서 하루를 살면서 몇 번이나 내가 촬영되고 기록되는지 세어 보면 놀랄 만한 숫자가 될 것이 틀림없다. 차를 타고 조금만 움직여도 내 차는 촬영당하고 있고, 고속도로를 하이패스로 통과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평범한 나'는 일상 생활에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겐가 감시당하고 있다. 올더스 헉슬리의 '브레이브 뉴 월드'가 현실화되었다.

이런 세상에 인터넷과 매스컴의 가십 대상에 오르면 멀쩡하던 사람이 '한 방'에 '훅' 간다. 그래서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겸손'과 '소통', 그리고 '나눔'의 정신이다.

국제로타리는 '서비스'라는 영어 단어가 의미하는 베풂과 나눔과 섬김의 의미 중에서 '섬김'을 유독 강조한다. 누구나 서로를 섬기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섬김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로타리 정신은 얘기하고 있다.

이 섬김의 정신에 겸손과 소통, 그리고 나누는 마음이 모두 함축돼 있으니 인터넷과 CCTV로 도배된 현대의 열린 공간에서 잘 사는 방법은 서로가 서로를 섬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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