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르게 키웠다' 新맹모지교]④서울대 의대 졸업 박찬종씨 부모

['남다르게 키웠다' 新맹모지교]④서울대 의대 졸업 박찬종씨 부모

가정에선 공부보다 체험, 6살전엔 자연 가르쳐야 1등의 조바심 주의해야 ... 독서 통해 폭넓은 공부

  • 승인 2013-05-12 12:55
  • 신문게재 2013-05-14 9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남다르게 키웠다' 新맹모지교]④서울대 의대 졸업 박찬종씨 부모:박헌오 대전문학관장과 조향숙씨

▲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부부가 3남매와 함께 했다. 사진 왼쪽부터  큰 딸 연미씨 부부, 박 관장 부부, 작은 딸 경란씨와 아들 찬종, 며느리 장미지씨. 앞줄 왼쪽부터 손녀 2명과 외손녀, 외손자가 나란히 경례자세를 취하고 있다.
▲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부부가 3남매와 함께 했다. 사진 왼쪽부터 큰 딸 연미씨 부부, 박 관장 부부, 작은 딸 경란씨와 아들 찬종, 며느리 장미지씨. 앞줄 왼쪽부터 손녀 2명과 외손녀, 외손자가 나란히 경례자세를 취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 특별기획, '남다르게 키웠다-신맹모지교'는 대전·충남에서 소문난 '엄친아들, 엄친딸'의 부모로부터, '남다른' 교육비법을 들어보기 위해 기획했다.

처음 인터뷰 대상자를 섭외했을 때 부모들은 한결같이 손사래를 치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는 것. 하지만 설득 끝에 인터뷰를 시작하면 자식에 대한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쉼없이 이어져 나왔다. 잘 자라준 아이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사랑, 무한 애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아들이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박헌오 대전문학관장도 인터뷰 섭외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별다른 교육비법도 없고 신문지상에 자랑할 만큼 아들이 뛰어나지도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어렵사리 시작한 박 관장 부부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 박 관장 부부가 주위로부터“자식농사를 잘 지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편집자 주>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박찬종(34ㆍ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씨의 부모 박헌오 대전문학관장(64)과 조향숙씨(61).

1남 2녀를 키운 이들 부부가 말하는 교육법은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는 평범하지만 놓쳐서는 안되는 '원론'과 같은 내용이었다. 첫째, 가정은 아이에게 지식을 담아주는 곳이 아니라 지식을 담는 튼튼한 그릇을 만들어주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 둘째, 인지발달시기인 6살 이전에는 자연을 가르치라는 것. 셋째, 초등학교 시절에는 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넷째, 책으로 폭넓은 교육을 하되 전집 대신 낱권으로 책을 사주었다는 것이었다. 박 관장 부부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가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던데요.

“지식 주입 위주의 '학습'은 학교에서 충분합니다. 가정에서는 체험중심의 인성교육이 중요합니다. 학교가 지식을 담아주는 곳이라면 가정은 지식을 담는 그릇을 튼튼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해야겠다”, “올바른 사람이 돼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신과 자세와 습성을 가르쳐 주는 것이 가정교육이기에 수학 공식 하나, 영어 단어 하나를 얼마나 더 아느냐는 식의 지식교육에 집에서까지 부담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교육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할텐데요.

“그렇죠. 부모의 학력을 불문하고 자녀에게 부모는 훌륭한 스승입니다. 부모가 부지런하게 일하며 꽃 가꾸고 산에 가면 아이들도 자연히 따라하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지식'으로 이야기하는 상대가 아니더라도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부모는 자식의 '평생 선생'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부모는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가나모리 우라코의 말이 있습니다. 무학(無學)의 농부라도 자녀들이 '우리 아버지는 참 대단하셔'라고 생각하고 본받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녀의 성장과정에 따라서 중요하게 가르친 것들이 조금씩 다르다고 말씀하셨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지발달시기인 6살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자연 속에서 정서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대청댐 근처로 이사가서 주택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는데 지금 돌이켜봐도 참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아이들은 지금도 “어린 시절 호숫가에서 아버지와 같이 산책하고 뒷산에 오른 것이 뿌듯하고 좋았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커서도 그 때를 행복하게 회상하는 걸 보면,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은 듯합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죠?

“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에 초등학교 때는 아이에게 절대로 학교 등수를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등 하지마. 1등 하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왜냐하면 1등하는 순간부터 아이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조바심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조바심때문에 여유있는 공부를 못하고 눈앞의 성적에 조급해 불행하게 느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적보다 폭넓게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폭넓은 체험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체험을 하게 하셨나요?

“저는 아이들에게 폭넓은 독서를 하도록 지도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만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했는데, 전집은 사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1, 2권씩 낱권을 사다주고 최소한 2번 이상 읽도록 했고요. 책을 다 읽은 아이가 “책을 사달라”고 해야 다음 책을 사줬습니다. 전집을 사준 것은 초등 5학년 때 아이가 원해서 13권짜리 삼국지 전집을 사준 것이 처음이었는데 그 전집을 중학 때까지 10번 이상 읽은 듯 합니다. 요즘도 부모들이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는데, 아이에게 맞는 '독서설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어떻게 공부했나요? 중학교 가서도 “1등하지 말라”고 하셨나요?(웃음)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본인이 “공부를 해야겠다”, “등수를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는 것 같았습니다. 초등학교때 폭넓은 독서와 체험으로 다져진 여유가 안정적인 성장에 기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대입 부담에 공부 스트레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고교 입학 후에는 본인이 공부에 더욱 몰두했습니다. 공부할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타치고 노래하며 풀 수 있도록 클래식 기타를 배우도록 했습니다. 태권도 같은 운동도 가르쳤고요.”

-부인께서는 아이들의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셨는지요?

“아이들에게 제일 강조한 것은 정직, 절대로 용납하지 않은 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속상한 때도 있었지만 세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또래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드님의 학창시절은 어땠는지요.

“어느 누구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었는데 아들은 항상 스스로 실천해서 대견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들을 대여섯명씩 데리고 와서는 한방 가득 엎드려서 함께 공부하는겁니다. 그리고 거침없이 모르는 것은 가르쳐 주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몰려오니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바람에 어렵기도 했지만 한번도 책망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혹시 부모님이 학교에는 자주 찾아셨는지요.

“아이 일이라면 어느 부모가 선생님을 찾아가는 것을 주저하겠습니까? 초등학교 2학년 때 한번 선생님께 인사를 갔더니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책망을 하는겁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공식적인 경우 외에는 선생님을 찾아뵙지 않았습니다. 스승의 날이면 작은 성의라도 스스로 표시하도록 가르치고 권고했을 뿐입니다.”

-평소 자녀들에게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면?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자주 해주신 말씀이 '자강불식(自强不息)'이었습니다. 스스로 강하게 하고 쉬지 않는다는 자강불식의 뜻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살고 있습니다.”(박 관장은 전 성균관장 박중훈씨의 5남이다.) 또 형편상 아이들에게 용돈을 넉넉히 주지 못했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에도 용돈을 매달 10만원 정도만 줬습니다. 형편도 넉넉하지 못했지만 검소하고 절약하면서 살라는 뜻도 있었는데요. 적은 용돈에도 투덜대는 일 없이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충당하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엄친아인데다 외아들이라 며느리에 대한 욕심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결혼문제는 하나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딸 둘, 아들 하나 3남매 모두 때가 돼서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한 번도 반대하지 않고 결혼을 시켰습니다. 모두 좋은 배필을 만났습니다. 며느리도 아들과 서울대 의대 동기인데 바쁜 가운데서도 2주에 한번은 손녀 둘을 데리고 대전에 옵니다. 딸처럼 살갑게 대하는 며느리를 보면 흐뭇합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모두 건강하게만 살아주면 좋겠습니다. 늘 감사할 뿐입니다.”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 정리=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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