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선생님'이 그리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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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렬]'선생님'이 그리운 사회

[세설]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3-05-09 14:33
  • 신문게재 2013-05-10 21면
  • 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필자가 사는 집으로 가는 길은 일방통행 도로다. 한쪽으로만 운전해야 한다. 그래서 역방향으로 운전하면 가깝게 갈 수 있는 곳을 법규를 지켜 운전하다 보면 꽤 많이 돌아가야 한다. 가끔은 역방향으로 운전해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그 길에서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을 너무도 많이 본다.

우리 충청도 사람들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런 법규위반 운전자들을 이해하는 편이다.

어떤 경우에는 법규를 지키는 차량이 역방향으로 오는 차량에게 도로 한쪽으로 피해 길을 양보하는 예도 있다.

단속도 없고 상황도 이렇다 보니, 어떤 차들은 조금의 주저함이나 미안함도 없이 역방향으로 달리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욕설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차량과 운전자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법과 질서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법과 질서가 무시되고, 반대로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순서를 기다리고자 차례로 줄을 서고, 일방통행 도로와 같은 기초적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는 고차원적이고 이상적인 사회 모습도 기대할 수 없다.

강력한 법의 집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 이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먼저 생각할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다.

단속과 적발과 같은 강력한 법 집행 이전에 함께 사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이것은 어렸을 때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질서와 규율을 지키고, 정리정돈의 습관이 몸에 배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훈련이 있어야만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저출산의 영향 속에 부모들은 아이들을 떠받들고, 응석받이로 키운다. 그 결과 아이들은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하는 '당위'의 문제보다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욕구'에 길든 아이로 자라고 있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의 제임스 맥닐 교수는 그의 책 '미래용어 사전'에서 '필리아키(filiarchy)'라는 말을 창조했다. 이 단어는 'filial(자녀의)'이라는 말과 'archy(정체(政體))'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즉 '아이들이 지배하는 체제'를 말한다. 다시 말해,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어디로 휴가를 떠날 것인가 등의 같은 문제에서 아이들이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표현한 단어다. '미래 용어'라고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일어나는 현실이 됐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종속돼 방정환 선생 같은 분은 아이들을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아이를 가리켜 '새끼'와 '놈'과 같은 비속어를 지양하고, '어린이'라는 아름다운 말을 만들어 사람들을 계몽했다.

반면 요즘은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종속됐다. 아이들의 욕구만을 떠받드느라 '당위'의 문제를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나, 권위에 대한 순종과 같은 가치를 배워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시민이 될 수 있고, 바른 인격으로 자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가정교육의 부재(在)만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인성교육이 거의 포기되는 현실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보내고, 스승의 날을 앞둔 시점에서 '사람을 만들어 줄 선생님'이 그립다. 필자의 중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수십 년이 지난 오늘에도 귀에 남아 있다.

“삐뚤어진 책상 줄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나중에 어떻게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겠느냐!” 아이들에게는 이런 선생님이 필요하다. 당신과 필자가 바로 이 같은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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