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이는 '한국인'의 개념을 확장해 전세계 720만명의 재외동포들의 역량을 한데 모아 글로벌 감각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대거 활용해 새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기틀을 잡아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재외동포들은 모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다른 민족보다도 큼을 많이 느껴왔다. 단지 그들의 모국에 대한 애착에 비해, 모국이 그들에게 대하는 열의는 훨씬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해외에서 성공한 많은 동포들이 모국에 기여하고 싶어도 마땅히 기여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우리 정부 또한 적극적인 교민정책을 펴지 못해 그들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보다는 방관자의 위치에 서게 했다.
일찍이 많은 국가에서 국가발전에 재외동포들의 역할이 컸던 예는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민족은 이스라엘의 건국을 이룬 유태인들이다. 그들은 전세계에 흩어져 엄청난 핍박을 받으면서도 힘을 모아 조국 이스라엘의 건국을 도왔으며, 건국 이후에도 2200여만명의 재외 이스라엘인들이 조국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앞장서 구원에 나섰다. 그 결과 오늘날 강력하고 부유한 이스라엘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남아를 비롯해 유럽, 미주 등 세계 각지에서 독자적인 상권을 이룩하고 있는 중국 역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화교(華僑)들의 국가경제 발전에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근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이 “8000만 화교가 민족 부흥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며 미주에서 동남아, 유럽에 걸친 중국인 네트워크 강화를 강조한 것은 바로 중국 해외동포들의 결집을 구체화하자는 의미다.
1990년대부터 개방정책을 펴 고속성장을 이루고 있는 인도 역시 해외동포들의 역할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거주인도인'(NRI:Non-Resident Indian)들의 모국 송금이 국가경제발전의 한 축을 이뤘던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 흩어진 2000만명에 달하는 인도의 두뇌인력들이 자신들의 집으로 송금한 많은 돈은 국가경제를 일으키는 종잣돈이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NRI는 화교나 재외 유태인처럼 세계 경제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IT업계에서의 활약이 뛰어나다. 미국 과학자의 12%, NASA 과학자의 36%가 인도인이며, 선 마이크로시스템의 공동창립자와 핫메일 창업자 등도 인도인이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 역시 미국에서 돌아온 IT 기술자들이 설립한 벤처기업들이 활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공산화 이후 '보트 피플'이라 불리며 무작정 해외로 탈출했던 300만명에 달하는 '재외 베트남인'(Viet Kieu)들이 인도의 NRI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재외국민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꾸준한 정책을 펴왔다. 1990년대 말에 재외동포재단을 설립하고 재외동포법을 제정한 이래 지난해 대선 때는 첫 재외국민 투표를 실시하기까지 이르렀다. 그에 앞서 2011년 1월부터는 복수국적을 허용해 재외국민들의 국내활동 무대를 대폭 넓힌 바 있다. 또 2002년 재외동포 기업인과 국내 기업의 연계를 위해 처음 개최했던 세계한상대회는 지난해 11회째를 맞으며 해마다 1000명 이상의 동포 기업인들이 모국을 방문해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이뤄나가는 한민족 글로벌 네트워크로 성장해가고 있다.
재외동포들은 해당국의 기업 문화에 익숙할 뿐만아니라 현지 사정에 밝으며,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킹에도 유리하다. 한국 기업과 현지 시장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외동포도 한국민”이라고 선언한 박대통령의 '통 큰' 우리 민족 포용정책은 북한의 동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리라 기대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