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영]'엄마 가산점제'가 웬말인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필영]'엄마 가산점제'가 웬말인가

[시론]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승인 2013-05-08 14:06
  • 신문게재 2013-05-09 21면
  • 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연어 엄마!' 자식 사랑을 일컫는 말이다. 엄마 연어는 알 낳을 때가 되면 고향 강가로 돌아온다. 하루에 15㎞씩 급류를 타고 거슬러 오른다. 필사적으로 헤엄쳐 고향에 다다르면 곧 알을 낳는다. 기진맥진 엄마 연어는 천천히 숨을 멎는다. 몸체마저 새끼 영양식이다. 위대한 희생이요 자연의 섭리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희생의 대명사다. 사랑의 상징이다. 생명의 뿌리다. 자식과 엄마는 숙명이다. 엄마와 자식! 이보다 더 가까운 관계가 또 있을까. 부부노릇은 의무지만, 엄마 사랑은 본능이다. 아가페 사랑이다. 내리사랑이다. 조건 없는 사랑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낱말은 무얼까. '엄마'다. 영국에서 2005년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 70개'를 조사했다. 영국문화원 설립 70돌 기념행사로 102개 나라 4만 명을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1위는 '엄마(mother)'다. '아버지(father)'는 70위 안에 끼지도 못했다.

사람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도 '엄마'다. 생존에 필요한 말이기 때문이다. 생존은 본능이다. 먹어야 산다. 먹을 것 찾는 행위는 모든 동물의 원초적 본능이다. 본능적 욕구의 외침, 그건 지구상 모든 언어의 공통어다. 한국 아기도 '맘마'부터 배운다. '맘마 줘~' 엄마를 향해 외쳐댄다. '맘마'에는 자음 'ㅁ'이 연이어 붙어 있다. 첫 자음 'ㅁ'이 떨어져 나간다. '암마→엄마'라는 말로 굳어진다. 말에도 고향이 있고 뿌리가 있다. 엄마의 말 뿌리가 '맘마'다. 국어학자 천소영님의 주장이다. 엄마 본디 뜻은 '밥'이다. 요즘 세태를 보라. 애들은 '엄마를 밥'으로 여기지 아니한가! 아니, '찬밥'이다.

돌발 상황이 닥쳤을 때 서양인은 '오 마이 갓'이라 한다. 하느님을 먼저 찾는다. 우리는 '엄마야!'라고 외친다. 부지불식 어머니를 찾는다. '어머나!'라고도 한다. 놀람의 감탄사다. 깜짝 놀라 '어머니' 말끝에 탄식의 점 하나가 붙은 건 아닐까. '에그머니, 오매'도 어머니에서 파생된 것이리라.

'아웃사이더'라는 전쟁 영화가 있다. 포탄이 난무하는 참호 속에서 피투성이 병사가 숨 가쁘게 읊조린다. “엄마가 보고 싶다”라고…. 아흔이 된 노인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태어나 숨이 멎을 때까지 엄마를 그리며 산다. 극악무도한 살인범도 마지막 사형대에서 '엄마'를 찾는다. 모정으로 양육되고 평생 어머니를 구심점으로 살아간다. 인간의 정신은 99%가 어머니에 의해 만들어진다.

“어미는 살아 서푼이요 죽고 나면 만 냥”이란 속담이 있다. 살아계실 땐 엄마의 존재가치를 잘 모른다는 빗댐이다. “한 사람의 어진 어머니가 백 명 교사보다 낫다”고 했다. “하느님은 세상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대신 어머니를 만들었다.” 탈무드에 있는 말이다. 김춘수 시인의 '사모곡' 또한 눈시울 적신다. “… 하느님/ 나는 꼭 하나만 가질래요/ 세상 것 모두 눈 감을래요/ 하느님/ 나는 꼭 그 사람만 가질래요…”

'엄마~' 소리만 들려도 가슴 찡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 있을까. 그런 자는 인생을 잘못 산 거다. “엄마 손은 약손, 쑥쑥 내려가라. 엄마 손은 범 털 손, 똥줄기로 쑥쑥 내려가라.” 옛 엄마들의 '사랑 손' 치료 소리다.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엄마 손은 만능이었다. 배탈도 고치고, 이빨도 빼고, 다래끼도 따는 신령한 손이었다.

오늘날 엄마 손은 어떠한가. 자녀가 배앓이라도 해보라. 운전대부터 잡는다. 총알처럼 병원으로 내닫는다. 의술에만 매달린다. 손은 있되 신통력이 없다. 옛날 엄마 손이 아니다. 하이테크만 있고, 하이터치는 없다.

“자식과 불알은 짐스러운 줄 모른다”라 했다. 그런데 어인 일인가. 요즘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 지난 달 16일 일명 '엄마 가산점제'가 국회에 발의됐다. 엄마 역할 하다가 다시 취업할 때 2%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자식 사랑은 엄마 '본능'이요, 군복무는 사나이 '의무'다.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엄마도 못해먹는 세상이 된 걸까! 그걸 '의무'로 여기다니…. '엄마 가산점제'가 웬말인가! '2% 가산점'으로 엄마의 자존심마저 흔들 건가.

'군대ㆍ출산기피' 풍조에서 그런 발상이 나왔으리라. 자녀 하나 대학졸업까지 3억1000만 원 든다나. 한 달 119만 원 양육비다. 그게 문젠데 엉뚱하게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