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원]마중물 창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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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원]마중물 창조교육

[시사 에세이]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 승인 2013-05-06 16:24
  • 신문게재 2013-05-07 20면
  • 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 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 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된 말이 '창조경제'라는 용어인 것 같다. 여러 언론매체와 이런저런 모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제가 '창조경제'다. 그러나 문외한의 입장에서 과연 무엇이 창조경제의 핵심내용인지, 그 분명한 방향과 구체적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듯하다. 행여나 10여년 전의 이른바 '세계화' 논의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기우(杞憂)도 없지 않다. 그 당시에도 대통령이 강조하는 '세계화'라는 구호가 많은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이룩하지는 못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경제'분야에 관해서는 전혀 관계가 없는 신학자로서 '창조경제'라는 용어에 관한 논의에 나름대로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사실 '창조'라는 말 때문이다. 어느 모임에서 어떤 분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성경의 첫 구절이야말로 창조경제의 시작일지 모른다는 덕담을 해 웃은 적도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성공하는 목회자, 성직자들 가운데는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과 콘텐츠를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에 거룩함을 추구하는 종교계도 창조경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창조경제라는 개념에 특별히 관심이 가는 이유는 목사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교육자의 입장에서 '창조'의 중요성에 대하여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진리를 발견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교육자로서 세간에서 말하는 창조경제 논의에 귀동냥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진리를 탐구하고 발견된 진리를 전수하는 것이다. 신화적 태고(太古)의 시간으로부터 포스트모던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축적되어 온 거대한 지식의 위용 앞에 겸손하게 경의를 표하며 가르침과 배움의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 교육이다. 훌륭한 선생은 방대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좋은 학생은 빠른 시간 안에 이해한다. 지식의 전달과 전수는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고 기능이다.

그러나 교육의 더 깊은 의미는 지식의 전수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가치의 창조에 놓여 있다. 인간 내면에 저장된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더 큰 보람이다. 학생들에 잠재되어 있는 창조성을 탐색하고 분출시키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다. 어떤 학생들은 조금만 자극과 도전을 주어도 용솟음치며 반응한다. 반면 어떤 학생들은 너무나 메말라 있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학생들의 반응 속도는 각양각색이겠지만 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의 가능성을 개발하고 창조성을 고양시키는 것이 곧 우리 모든 교육자들의 보람이며 이상(理想)이다.

특별히 '마중물'이라는 정겨운 표현이 교육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요즘에는 수도꼭지를 틀기만 하면 물이 콸콸 쏟아진다. 그러나 옛날 수동펌프로 물을 길어 올리던 때에는 약간의 마중물을 부어서 물길을 채우는 준비를 한 다음에 펌프질을 해야 물이 올라오곤 했 다. 교육은 바로 학생들에게 숨어있는 가능성의 물길을 채우는 작업이다. 얼마나 풍부한 수량(水量)을 자랑하는 창조적 삶을 살게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수원지(水源池)가 우리의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정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원석(原石)과 같은 존재들이다. 각자 과연 어떤 보석으로 가공되어 찬란하게 빛을 발할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원석들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고, 창조적 삶을 마음껏 구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교육, 마중물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창조경제 논의와 더불어 담대함, 뻔뻔함을 뜻하는 이스라엘의 후츠파(chutpah) 정신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계되어 유대교의 탈무드에 보면 유명한 랍비가 자신의 학생들을 평가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고의 학생 중의 하나는 '물새지 않는 항아리'라는 별명을 가진 이로 한 번 배운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수재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은 학생은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별명의 학생으로 언제나 새로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학생이었다. 그런 학생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 교육자들이 국가의 '창조경제'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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