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남편에게 쓰레기봉투를 건네는 아내, 휴일이면 내내 소파에 누워있는 남편. 둘 중 누가 더 나쁠까? 가사 분담에 대한 아내와 남편의 갈등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지만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부부간의 가사분담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2011년 기준 대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8.1%, 절반에 가깝다. 일하는 아내가 늘면서 남편의 가사분담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고 남편들도 “예전보다는 더 집안일을 돕는다”고 말하지만, 통계를 보면 '부인이 전담하거나 주로 맡는' 경우가 80%를 훌쩍 넘고 있다.
대전발전연구원의 대전여성가족통계에 따르면 2010년 평소 가사분담실태에 대해 아내와 남편에게 물은 결과 '부인'의 경우 '남편과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응답이 11.4%에 그쳤다. '부인 전담'이 33.6% '주로 부인' 53.5% '주로 남편' 1.0% '남편 전담' 0.5%로 나타났다.
남편은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응답이 11.5%를 보였으며 '부인 전담'이라는 응답이 28.2% '주로 부인' 57.7% '주로 남편' 1.9% '남편 전담' 0.7%를 보였다. 통계수치상으로는 가사 분담에 있어 남편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할듯하다.
그렇다면 남편들은 어떻게 바뀌어야할까? 이를 위해서는 남편들의 인식전환이 필수라는 조언이다. 30대 이하 남편들은 비교적 가사분담에 적극적이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남편들이 옛날의 권위적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변하고 싶어도 그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남편들이 '남자가 어떻게…'라는 마음을 갖고 있기에, 아내가 겪는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가사 분담에 있어서는 '아는 만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대전시건강가정지원센터가 주관한 '아빠요리대회'가 눈길을 끈다. 어린이날이었던 5일 중구 중앙로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80명의 아빠들이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요리 솜씨를 선보이며 가족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대전시건강가정지원센터의 이옥분 기획사무국장은 “아버지들이 직접 도시락을 만드는 아빠요리대회는 배려하는 가정문화정착을 위해 추진하게 됐다”며 “배려라고 하면 남편들이 어렵게 생각하기 쉽지만 아내와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소통하는 것이 배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국장은 “가사 분담문제는 가정 내 평등의 문제로만 생각할 때 갈등이 생기게 된다”며 “가사분담은 남편과 아내의 역할을 2분의 1로 칼로 무 자르듯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조금씩 배려하는 가운데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버지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있다‘는 말이 있다. 속이 잘 보이지 않지만 상처를 받으면 쉽게 깨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권위와 위엄, ‘속깊은 정’의 상징이었던 아버지와 남편도 나쁘지 않지만, 먹칠을 한 유리로는 아내도 아이들도 그 깊은 사랑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21세기 들어 벌써 13번째 맞는 가정의 달이다. 남편이 나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나들이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랑도 표현해야 제 맛’일 것이다.
김의화 기자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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