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 |
독일은 복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국가로 유럽재정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어떤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G8국가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배우고 닮고 싶은 나라로 독일을 꼽았다. 국민 4사람 중 1명꼴인 25%의 선호를 보였다고 한다.
독일은 대한민국과 여러 면에서 유사점이 있으면서도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다. 2차 대전 이후 분단국가에서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과 많이 닮았다. 그러나 선진국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는 한국은 독일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
마찬가지로 넥스트 대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미래는 준비한 자의 것이기에 미래 대전을 준비하는 것은 동시대에 살고 있는 대전시민들의 역사적 책무이기도 하다.
지난달 29일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미래대전기획위원회가 확대 개편되어 출범식과 자문회의를 열었다. 그동안은 전직 장관 위주의 머리만 있는 조직이었는데 이번에 연구단지 기관장들과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100여명 가까운 몸통과 손발이 온전하게 갖추어진 지성적 집단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집단적 지성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도시는 서울 빼고 대전만이 가능한 일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과학자와 문화예술가의 공통점은 창의성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점이다. 인류가 변화에 적응하고 다양성을 수렴하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해야하고 통섭을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오늘은 창의와 통섭을 수행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역사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학은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상상력은 문화예술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영감을 얻게 되고 거기에서 창조적 작업이 가능한 것이다. 그동안 과학과 예술을 구분했던 편견의 면면을 보면 과학은 발견이고 예술은 창조라든지 과학은 객관적이고 예술은 주관적이라고 규정하고 그래서 과학은 실제생활에 도움이 되고 예술은 정신세계에 도움이 된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통섭의 시대에 서로의 장점을 취해서 상호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미래대전을 과학문화예술도시로 만들어 가야 하는 이유로 첫째, 과학자들의 문화예술욕구를 충족시키고 그에 따라 과학과 문화예술의 통섭을 통한 창조적 연구가 가능하다. 둘째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에 기초한 미래지향적 창조산업육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대전이라는 도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려면 IT와 결합한 교육문화산업 등 창조산업육성이 절실하며 과학기술제품이 고부가가치를 얻으려면 예술적 가치를 가미해야 가능하다. 마침 대전시는 원도심을 중심으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장기계획을 갖고 있다. 옛 충남도청에서 대전역 뒤편까지 약 1㎞가 넘는 공간에 문화예술에 관련된 하드웨어를 깔고 그 바탕 위에서 문화예술관련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를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대전이 과학문화예술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인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과학과 문화예술에 대한 평생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과학이나 문화예술이 어렵다는 편견을 교정할 수 있고, 또한 상류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일도 불식할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과학이 적용되고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창의성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제 대전의 원도심은 문화예술발전소로 키우고 대덕특구는 과학기술의 발전소로 키워서 양자를 융합하면 창조경제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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