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이야기]사면초가(四面楚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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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이야기]사면초가(四面楚歌)

  • 승인 2013-05-02 14:00
  • 신문게재 2013-05-03 11면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 前 대전둔산초 교장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 前 대전둔산초 교장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
진(秦) 나라를 무너뜨린 초패왕 항우(項羽)와 한왕(漢王) 유방(劉邦)은 홍구(鴻溝)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한 다음 강화하여 5년간에 걸친 전쟁을 끝내고 말았다.

힘과 기(氣)에만 의존하다가 범증(范增) 같은 유일한 참모까지 잃고 밀리기 시작한 항우의 휴전 제의를 유방이 받아드린 것이다. 항우는 곧 초나라의 도읍인 팽성(彭城)을 향해 철군(撤軍) 길에 올랐으나 서쪽의 한중(漢中)으로 철수 하려던 유방은 참모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의 진언에 따라 말머리를 돌려 항우를 추격했다. 이윽고 해하(垓下)에서 한신(韓信)이 지휘하는 한나라 대군에 겹겹이 포위된 초나라 항우군은 군사의 숫자도 적은데다가 군량마저 떨어져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한밤중에 '사면에서 초나라 노래(사면초가:四面楚歌)'소리가 들려오자 초나라 군사들은 그리운 고향 노래 소리에 눈물을 흘리며 다투어 도망쳤다. 항복한 초나라 군사들로 하여금 고향 노래를 부르게 한 장량의 심리 작전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항우는 깜짝 놀랐다. '아니, 한나라는 벌써 초나라를 다 차지했단 말인가? 어찌 저토록 초나라 사람이 많은고?' 이미 끝장났다고 생각한 항우는 결별의 주연을 베풀었다. 항우의 진중에는 우미인(虞美人)이라 불리는 애인 우희(虞姬)와 추리라는 준마가 있었다. 항우는 우희가 애처로워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비분강개(悲憤慷慨)하여 시를 읊고 또 읊었다.

'산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힘도 천하를 압도하는 기개도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구나. 추가 가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은 고 우야 우야 너를 어찌할거나' 우희도 이별의 슬픔에 목메어 화답했다. 역발산을 자처하는 천하장사 항우의 뺨에는 어느덧 몇 줄기의 눈물이 흘렀다. 좌우에 배석한 장수들이 오열(嗚咽)하는 가운데 우희는 마침내 항우의 보검을 뽑아 자결하고 말았다.

그 날 밤, 불과 800여기(騎)를 이끌고 포위망을 탈출한 항우는 이튿 날, 혼자 적군 속으로 뛰어들어 수백 명을 벤 뒤 강 건너 당초 군사를 일으켰던 강동(江東)으로 갈 수 있는 오강(嗚江)까지 달려갔다. 그러나 항우는 800여 강동 자제(子弟)들을 다 잃고 혼자 돌아가는 것이 부끄러워 스스로 자결하고 말았다. 그때 그의 나이는 31세였다. 누구나 자기의 역경을 극복하는 인내력 있는 바람직한 삶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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