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위친계(爲親契) - 상조회사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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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위친계(爲親契) - 상조회사의 뿌리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3-04-30 13:41
  • 신문게재 2013-05-01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위친계는 어버이를 위한 계다.

계는 여러 사람이 같은 목적 아래 얼마씩 추렴하여 그 돈을 운용하는 일을 말한다. 그러므로 어버이를 위하여 여러 사람들이 얼마씩 추렴하여 운용하는 일인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일은 어버이의 초상을 당했을 때였다. 초상을 당하면 초상을 치러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물론 상호 부조하여 어떤 물건이나 부조금으로 충당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였다.

어떤 경우에는 초상을 치르느라 빚을 지는 일도 있었는데, 이 빚을 상채(喪債)빚이라 하기도 하였다. 이 상채빚은 생활이 어려운 집안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고자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여러 집이 협의하여 위친계를 만들어 운용하였다.

계원이 부모상을 당하면 일정한 금액이나 쌀 등을 정해서 부모상을 당한 계원의 집에 모아주는 것이다. 은행이라는 근대식 금융기관이 생겨나기 전에는 전통적으로 여러 가지 계모임을 만들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꾸리는 바탕으로 삼아왔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의미 있고 상호 부조의 목적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위친계였다.

다른 계모임은 단순히 목돈을 만들기 위한 경제적인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위친계는 주로 부모님 상을 당했을 때 서로 도와주는 성격이 강했다. 그런 까닭에 다른 계모임은 계주나 계원들의 잘못된 마음이나 실수로 계모임 자체가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위친계는 부모님을 위하여 돕는다는 효심에서 이루어진 계이기 때문에 더욱 진지하고 위엄 있게 운용되었다.

지금은 세태가 많이 변하여 부조금이나 상조회사 불입금으로 바뀌어 가면서 위친계에 깃들어 있는 우리 겨레의 애틋하고 따뜻한 마음이 형식에 그치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위친계의 전통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쯤에서 지금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에 회자되지도 않고 있는 향약(鄕約)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

▲덕업상권(德業相勸:착한 일은 서로 권한다) ▲과실상규(過失相規: 잘못하는 일은 서로 일깨워준다) ▲예속상교(禮俗相交:좋은 풍속은 서로 나눈다) ▲환난상휼(患難相恤:어려운 일을 당하면 서로 도와준다) 4개 덕목은 세월이 아무리 변하고 세대가 바뀐다 해도 없어서는 안 될, 변할 수 없는 덕목임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하겠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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