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전지법 등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남자 판사 2명이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내부 논의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말 그대로, 공식적인 건 육아휴직이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과중한 업무와 그에 따른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라는 얘기도 적지 않다. 남자 판사 2명이 동시에 휴직, 그것도 육아휴직에 들어간 건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 1명이 휴직 신청 전에, 일부 상급자들에게 업무와 신상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편지를 쓴 후 법원을 나갔다가 2시간만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A 판사는 “정확한 이유야 당사자들이나 책임자만 알겠지만, 그런(과중한 업무 등) 얘기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법원의 B 판사는 “그럴 수도 있다. 그 정도 경력이면 일주일에 최소 4일 정도는 밤 11시가 돼야 퇴근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가 과중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대전지법 공무원인 C씨가 대청호로 뛰어내려 자살한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지법의 현직 부장판사가 사법부에서 3년간 15명이 자살했다는 내용을 최근 내부 통신망에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글을 올린 부장판사에 따르면, 사법부에서 최근 3년 동안 43명이 사망했고 이 중 15명이 자살했다. 일반 국민이나 공무원 전체의 사망률보다 높다는 얘기다.
해당 판사는 “법원행정처의 가장 큰 책무는 판사와 법원 공무원이 재판 업무를 정상적이고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법조계 관계자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실제 법원과 검찰의 업무량은 살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런 현실에서 합리적인 판결과 수사만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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