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부산에 5연패를 한 대전이 원정전에서 무승부를 한 것은 나름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3연패 이후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얻으며, 분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날 대전은 그동안 부산에 일방적으로 당해왔던 역사를, 그리고 최근의 부진을 떨쳐내겠다는 의지를 경기에 투영시켰다.
그리고 대전은 포문을 먼저 열었다.
전반 10분 지난해 뒤늦게 대전에 합류한 뒤 팀의 주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병석이 허범산의 프리킥을 멋진 헤딩골로 연결, 선취골을 가져온 것이다. 이날 골은 김병석의 올 시즌 첫 골이기도 했다.
선취골을 빼앗긴 부산이었지만, 역시 저력있는 팀 답게 볼 점유율에서 계속 앞서며 대전을 압박해왔고, 대전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 수비'로 맞섰다.
전반을 리드한 채 마무리하리라는 대전의 기대는 종료 직전 어이없는 PK 허용으로 동점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상대에 볼을 내준 뒤 급격히 조직력이 무너지던 대전이었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부산의 공세를 막아내며 역전골 사냥에 나선 대전은 후반 잇따라 코너킥 및 프리킥 찬스를 얻어 부산의 골문을 두드렸고, 후반 10분 부산 이종원이 거친 플레이로 퇴장당하며 수적 우위까지 점했다.
강팀답게 부산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전에 크게 밀리지 않고 발빠른 수비와 공격을 선보였지만 대전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후반 27분 대전 정석민이 공격의 틈새를 노리다 날린 강슛이 부산의 골포스트 위쪽을 맞고 튕겨 나오며 김인완 감독과 코팅스태프의 얼굴을 쥐어싸게 만들었다. 정석민의 슛이 조금만 낮게 갔어도 역전골이 만들어질 수 있었기에 안타까움은 정말 컸다.
20여분 후에는 부산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허범산이 왼발로 올린 크로스가 약간 길어 부산 수비수를 넘어가고 말았다.
이날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은 승리의 기회를 여러 번 잡았지만, 결국 추가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2% 부족한 '골 결정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대전으로 돌아와야 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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