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구]대전 어느 여고에 있는 갤러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정구]대전 어느 여고에 있는 갤러리

[문화 초대석]박정구 큐레이터

  • 승인 2013-04-28 13:02
  • 신문게재 2013-04-29 20면
  • 박정구박정구
▲ 박정구 큐레이터
▲ 박정구 큐레이터
대전 시내 한 여고에는 갤러리가 있다.

교사(校舍) 한 공간을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만든 것이다. 몇 해 전 이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학교의 허락과 도움을 받아 문을 열었다. 규모는 전문 갤러리에 비해 크지 않지만, 시설이나 작품을 감상할 여건과 분위기는 여느 곳 못지 않다.

학교라는 여건상 연중 계속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는 학생 뿐 아니라 전문 미술가들의 전시가 열린다. 그 가운데는 일반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이기에 가능한 전시들도 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모아 대전미술을 소개하는 전시, 그리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시가 그것이다.

'이것이 대전미술이다'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 지속해온 전시는, 대전과 충청지역에서 자라나 미술을 공부하거나, 인연을 두고 활동하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다. 이 전시가 그저 작품만을 가져다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면, 전시장이 교내에 있어서 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그것만 해도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학생들이 전시장을 찾는 기회는 수험생 신분이 되기 전인 1, 2학년 주말 현장실습 시간에 줄서서 휘리릭 전시장을 돌거나, 입장권을 방학숙제로 제출하러 가는 것 밖에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전시에는 학생들이 작가를 작업실로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작가들은 진로를 걱정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의 선배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기에는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공부를 한 계기로부터, 그 과정과 어려웠던 일, 미술과 작품이 주는 의미, 인생관과 예술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등이 담겨 있다. 미술가와 학생으로서 뿐 아니라, 선배와 후배로서 서로에게 묻고 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것이다.

기성세대나 사회로부터 탐탁지 않게 여기는 미술을 선택해서 공부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미술가들을 만난다는 것은,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고등학생, 더구나 미술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학생들에게는 흔치 않은 몹시 귀중한 기회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시다. 내가 본 것은 학생들이 작품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작가 작품의 소재가 되는 전시였다. 작가는 학생들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여 찍고 이목구비만을 사각형으로 확대하여 전시했다.

외모에 빠진 세태 속에 성형과 화장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성형도 화장기도 없는 풋풋한 소녀들의 얼굴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얼굴이 가진 아름다움과 가치, 의미를 되돌아보려는 의도다.

학생들은 전시된 자신과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서 일상적인 시각과 관습을 벗어나 사물에 다가서는 새로운 방식을 만나고 또한 깨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름다움이나 외모, 나아가 통상적인 가치와 보다 근본적인 그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학교에 만들어진 갤러리는 이렇게 교실에서는 불가능할 뜻 깊은 교육과 체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의 학교라는 곳을 생각하면서, 학교와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깊은 감사와 응원을 전한다. 만족할만한 여건은 되지 못하겠지만, 그곳이 학생들에게 보다 깊고 넓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공간으로 자라기를 마음을 다하여 기원한다. 여러분도 한 번 찾아가보는 응원을…. 교문 바로 앞이라 찾기도 쉽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충남대학교 동문 언론인 간담회
  2.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3.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4.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5.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1.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2.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3.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