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납품대가 '뒷돈'… 농민만 피해

檢, 충남 모 농협쌀조합법인 직원·대형마트 바이어 4명 구속기소 건조과정서 '수분율 조작' 수매쌀 90억 상당 뺴돌려 자금마련

농민으로부터 수매한 쌀을 빼돌려 농민을 울린 H 대형마트와 충남 모 농협쌀조합법인이 검찰의 철퇴를 맞았다. 특히, 지역농협이 매출을 위해 대형마트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고, 거액의 리베이트까지 제공해야 할 정도로 대형마트의 횡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지청장 김남우)은 25일 농민으로부터 수매한 수억원 상당의 벼를 빼돌려 이익을 취득한 직원과 H 대형마트 바이어에게 수십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직원 등 모 조합법인 직원 2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쌀 매입업무를 담당하면서 모 조합법인으로부터 각각 10억원과 3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챙긴 H 대형마트 바이어 2명도 구속 기소하고, 전체 관련자들의 범죄수익 14억원 상당을 추징보전조치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조합법인 쌀 판매담당인 A(41)씨는 담보제공 없이 특정인에게 쌀을 외상 판매해 법인에 9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과 배임 혐의다.

또 생산관리팀장인 B(57)씨와 공모해 H 대형마트 바이어 I(33)씨에게 10억원, J(30)씨에게 3억원을 준 혐의도 있다. B씨는 농민으로부터 수매한 3억원 상당의 벼를 빼돌려 업무상 횡령으로 구속기소됐다.

조합법인과 대형마트 거래를 중개하는 중간상인인 C(45)씨도 대형마트 바이어 I, J씨에게 각각 10억원, 3억원을 주는데 A씨와 공모해 불구속 기소됐다. 함께 불구속 기소된 도정기사인 D(39)씨 등 4명은 C씨와 공모해 벼를 빼돌린 혐의다.

범행은 수분율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벼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수분율(건조 후 벼에 남아 있는 수분의 비율, 장부상 15%로 맞추고 실제 16%로 건조하면 그만큼의 잉여 벼가 발생)을 조작해 생산팀장이 남는 벼를 빼돌리고, 도정기사가 이를 도와주고 이득을 챙겼다.

앞서, 검찰은 H 대형마트 역삼동 직원 I씨에 대해 조합법인으로부터 10억원 상당을 받았고, 단가조작을 통해 H 대형마트에 8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H 대형마트 본사직원인 J씨도 조합법인으로부터 3억원 상당을 받아 챙겨 구속기소됐다.

더 큰 문제는 90억원 상당의 손실은 출자한 각 농협이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지역의 농민이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논산지청 관계자는 “대형마트 바이어가 수십억원의 돈을 수수하고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해 부정축재한 돈으로 호화생활할 수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고려해 끝까지 추적, 환수해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