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구두를 사야해
영화 '러브레터'의 감독 이와이 ?지와 여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함께 했다. 순정영화의 대가 이와이 ?지가 제작하고 나카야마 미호가 다시 주인공을 맡게 된 것.
파리에 도착한 첫날, 길을 잃게 된 광고사진작가 센(무카이 오사무). 마침 센의 옆을 지나가던 아오이(나카야마 미호)의 구두 굽이 부러지면서 둘의 우연한 만남이 시작된다. 아오이는 남모를 상처를 감춘 채 장기 체류 중인 잡지에디터다. 센의 상황을 알게 된 아오이는 센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3일 동안 서로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두 사람….
운명처럼 가까워진 두 남녀는 어느덧 마음을 열고,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의 예감을 느낀다. '마지막 황제'로 유명한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맡아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국적 러브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평이다.
메가폰을 잡은 키타가와 에리코 감독은 일본 최고의 드라마 작가 출신이다. 2010년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사람 사이에 빚어지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특유의 감수성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낯선 도시에 홀로 남겨진 센이 아오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묵어야 할 호텔까지 찾아가는 장면은 눈부신 햇살 아래 펼쳐진 파리의 풍경을 제대로 담아냈다는 평이다. 파리의 낭만을 꿈꾸는 관객들에게는 매력있는 영화겠지만 한편에서는 너무 예쁘기 만한 화면과 일본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전형적 설정이 감동을 반감시킨다는 평도 있다.
중년 티가 나기 시작하는 여주인공 나카야마 미호의 모습도 띠동갑 연하 상대역과 로맨스를 펼치기에는 다소 무리였을까? 어색해서 몰입을 방해한다는 평도 있다. 나카야마 미호는 '러브레터'에서 1인2역으로 발랄하면서도 청아한 매력을 과시했던 인물.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로 유명한 츠지 히토나리와 결혼해 파리에 거주하고 있다.
●파리5구의 여인
'빅 픽처'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원작이다. 출판 당시 아마존 영국, 파리, 독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하며 30여 개국에서 출판됐다. 소설가이자 대학교수인 톰 릭스(에단호크)는 제자와의 스캔들로 학교에서 추방당하고 아내와 딸마저 등을 돌린다.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톰은 딸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파리를 찾지만 가족들에게 외면받는다. 정처없이 파리거리를 헤매다 전 재산을 도둑맞고 불법이민자들이 사는 누추한 호텔에 묵으며 야간경비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술가들이 모이는 살롱모임에 참석하게 된 톰은 관능적이면서도 지적인 매력의 여인 마르짓(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을 만나고, 그녀에게 깊게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그녀를 만난 뒤 연이은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죽은 사람들은 모두 그와 연관이 있다. 톰을 협박하던 옆 방 건달이 끔찍한 시체로 발견되자 살인 용의자가 되어 경찰에게 검거된 톰은 여인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화려한 파리와 달리 그 이면의 어두운 뒷골목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스트 리조트'(2000)로 신인감독상, '사랑이 찾아온 여름'(2004)으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바 있는 폴란드 태생의 파벌 파블리코브스키(56)가 메가폰을 잡았다. 미로에 빠진 듯 길을 잃은 한 소설가의 방황과 상처를 절제된 연출력과 퍼즐 같은 정교한 구성으로 보여주며 단순한 재미 이상의 묵직한 여운을 준다는 평이다. 어느새 43살의 중년이 된 에단 호크가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버림 받은 가난한 소설가를 제대로 보여준다는 평이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신비의 여인 마르짓은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에 출연했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연기했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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