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룡]돈보다 감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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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룡]돈보다 감동을

[NGO 소리]류재룡 유성구 노인복지관장

  • 승인 2013-04-25 13:25
  • 신문게재 2013-04-26 20면
  • 류재룡 유성구 노인복지관장류재룡 유성구 노인복지관장
사회복지를 걸어온 지 만 20년이 되었다. 최근에 와서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할 때 나의 한계와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바쁘게 살아왔지만 나에게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다가 처음에 가졌던 사회복지의 열정이 식어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이러한 나에게 다시 사회복지의 길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있었다.

며칠 전 어르신들을 모시고 순천세계정원박람회를 모시고 갔다 왔다. 대전에서 출발해 여수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옆에 앉은 어르신이 식사를 하시면서 자꾸 흘리시고 수건으로 닦아내시는 것을 보았다. 이 어르신은 정말 훌륭하게 삶을 살아오신 분이었다. 그런데 나이 들어 흘리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이러한 노화로 인하여 본인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름다운 삶을 마무리 지을 수 없다.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또 하나는 거동 불편한 90세 전후 어르신을 내 차에 태워서 박람회 입구에서 내리도록 하였다. 그런데 한 분이 몸이 불편하여 차에서 내리는 것조차 힘들어 하셨다. 내리신 후에 한 어르신이 그 어르신을 모시고 들어가셨다. 차를 주차하고 박람회 장소로 들어가서 보니 어르신들이 멀리 가지 못하시고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계셨다. 이 어르신을 안내하신 분이 나이가 들어 거동불편한 분은 모시고 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그러나 본인이 거동이 불편해도 오고 싶어 하시면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나의 마음 가운데 거동이 불편하여 조금 밖에 박람회를 보지 못한다 해도 누군가 그 옆에서 돕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하나는 박람회를 마치고 집에 와서 늦게 잠이 들었는데 99세 되신 할머니가 다리를 다쳐서 꼼짝을 못하셨다. 그 날 할머니가 여러 번 설사를 해 아내가 수발하느라고 밤늦게까지 고생했다. 아내가 잘 참고 하는 수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오늘 일어난 일들이 스쳐가면서 나에게 사회복지사로서 잠시 잃어버렸던 감동이라는 단어가 다시 일깨워 주었다.

모든 어르신들이 아름다운 삶으로 마감하려고 하지만 세월로 인하여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그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어르신들을 끝까지 지켜 드리는 것, 누군가 옆에서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드리는 것, 몸과 마음을 누군가에게 편히 맡길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드리는 것이 정말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복지를 돈으로만 하려고 한다. 그래서 복지예산이 부족하단다. 그러나 복지는 돈만으로는 채워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사랑과 희생이다. 앞에서 말한 사건들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 도와주어야 하고 누군가 함께 해야 하고 누군가 사랑과 희생이 있어야 하는 일이다. 복지는 돈으로 감동을 줄 수 없다. 그 안에 사랑과 희생이 채워져야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감동을 받는다.

우리 사회 안에서 돈보다 중요한 사람과의 따뜻한 관계를 형성해 주는 사랑과 희생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중심 보다는 물질 중심으로 가면서 감동이 없는 메마른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다.

우리는 얼마나 목표를 달성 했는가 라는 실적과 얼마나 잘했는가라는 평가를 위한 복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과 희생을 통해서 얼마나 감동을 주는 복지를 했는가를 생각해야 하는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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