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늘 그렇듯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예산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원도심 활성화의 기치아래 진행되고 있는 여러 사업들이 마치 우물의 마중물과 같이 침체되어 있는 원도심 지역을 다시 살리고 이전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하는 현실에서 예산의 벽은 높을 수밖에 없고, 자칫 전시행정으로 흐를 수 있는 유혹이 있는 것이다. 특히 각 자치구의 경우 예산 부족은 사업추진의 한계로 사업성과를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사실 원도심 활성화는 원동심의 공동화를 해소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하는 이원적인 속성을 가지는 동시에 원도심 그 자체가 사회적 자본의 확충의 토대가 된다. 결국 그 자체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동시에 정책적인 접근만으로는 일정 부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원도심에 터전을 두고 있는 주민들이 원도심 활성화와 관련한 각종 정책과 사업의 수혜자로만 여겨지는 수동적인 관점은 반드시 경계해야할 일이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대전의 다른 지역과 분야에서 마땅히 사용되어야할 재원과 시간의 희생과 양보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희생과 양보가 우물의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결국 원도심 활성화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로 남을 것이기에 원도심의 자발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은 원도심 활성화의 목표인 동시에 결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의 속성이 무엇인가? 자발, 참여 그리고 네트워크. 이 세 단어만으로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원도심의 노력이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는 명확해지는 것 같다.
도시의 매력을 창출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일은 문화, 예술, 경제, 행정 등 참으로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것으로 정책사업의 추진과는 별개로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융합이 필요한 동시에 도시의 특성과 자원의 가용성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흔히들 대전을 과학과 교육의 도시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시 단위에 이렇게 많은 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이 가진 풍부한 자원이 원도심 활성화의 귀중한 마중물로 쓰여야 하지 않을까?
지난 18일 목원대는 중구의 '으능정이상점가상인회'와 전통시장고도화사업의 추진을 위한 민학협력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제껏 대학의 중점사업으로 여겨지던 산학협력이 아닌 민학협력이란 개념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도심 활성화가 비단 산업적 관점에서의 접근만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다. 원도심의 새로운 성장자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반 중소상업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며 대학이 가진 교육·연구 자원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전통시장의 침체는 지역경제의 위축 요인이라는 거시적인 이야기를 풀고자 함이 아니라, 지역 상인회와 지역 대학이 손을 잡고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면 돈이 돌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서로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도안 캠퍼스로 이전하기 전 목동 캠퍼스 시절에 우리 대학이 뿌리를 두고 성장해왔던 중구,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대학이 앞서서 지역으로 스며드는 또 하나의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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