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연 예산전자공업고 교사 |
이 말을 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적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무시와 조롱으로 나를 대하는 학생들, 엎드려 자는 학생들, 책 없이 앉아 신나게 웃고 떠드는 학생들 앞에서 점점 수업은 엉망이 되어갔다. 혼내도 보고, 달래도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학교 종소리만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렸고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다 종 치기 전 나오면 내가 교사 맞나 하는 자괴감과 교사에 대한 회의감으로 더욱 우울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공고니까. 공고학생이니까.
그러던 중 작년 '독서골든벨'군대회에 참가해야한다는 공문이 왔다. 선정도서를 보니 우리 학생들이 읽기에 너무 어렵고 글 읽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독서골든벨'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참가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의 기회가 될 거라는 장학사님의 권유에 부랴부랴 학생 몇 명에게 책을 읽혀 준비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당일 대회장으로 가는데 기대감이 없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학생들이 1단계에서 떨어져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이 되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빨리 끝내고 밥 먹으러 가자고 긴장하지 말라고 말했었다. 그렇게 대회가 시작됐다. 지정된 장소에 앉아 화이트보드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대회진행 방식이 틀리면 바로 탈락하는 게 아니라 총 3번의 기회가 있다고 하니 1단계에서 떨어질 염려가 없다는 말을 듣고 학생들 표정이 밝아진다. 1단계에서 떨어지면 창피할 것 같다고 걱정하던 상욱이가 웃고 있다. 나도 덩달아 웃음이 번진다. 2단계, 3단계 문제가 진행되면서 우리 학생들이 진지하게 문제를 듣고 답을 쓰고 화이트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없이 부끄러웠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면서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의 표정에 코끝이 찡해지고 살아남아 화이트보드를 들고 답을 확인하며 나를 향해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을 보니 기특하고 미안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내 잘못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내가 선입견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었구나, 내가 가진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했구나. '독서골든벨'에서 우리 학생들은 은상, 동상을 탔다. 나는 정말 대견하고 기쁜데 학생들은 죄송하다며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대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많은 생각을 했다.
그날 이후 나는 학생들이 달리 보였다. '공고니까, 공고학생이니까'라는 선입견을 버리니 학교가 보이고, 학생이 보인다. 학생들의 거친 표현이 나에 대한 관심의 표현임을 알았고, 그 표현에 대해 혼내기만 했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 표현이 잘못된 것임을 가르치는 사람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가르친다. 감정 표현이 서툴고 자존감이 낮은 우리 학생들을 보며 문학수업을 통해 이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작품을 통해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자 하니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칭찬 한마디에 표정이 달라진다. 그리고 나를 칭찬한다. 올해는 '독서골든벨' 지정도서를 학생들과 함께 읽어볼 계획이다. 대회 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유쾌한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는 학생을 가르치고, 학생은 나를 가르친다. 예산전자공업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오늘도 나는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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