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이용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중도초대석]이용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

150만 대전시민위한, 국내 최고의 공연장 꿈꾼다 첫 직장에서 '예술경영'과 첫 만남… 3가지 유형의 관객위한 맞춤홍보 필요

  • 승인 2013-04-23 14:01
  • 신문게재 2013-04-24 11면
  •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박수영 기자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박수영 기자
지난 1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하 예당) 제4대 관장으로 이용관(57ㆍ사진) 관장이 취임했다. 이용관 신임 관장의 취임이 세간의 화제가 된 데에는 예당이 10주년을 맞는 해인데다 그의 화려한 경력이 한몫 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문화사업부장을 시작으로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사무국장ㆍ이사, 안양문화예술회관 관장, (사)한국예술경영연구소 소장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를 두루 거친 문화예술경영 전문가가 신임 예당 관장에 선임돼 문화계의 기대와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용관 신임 관장은 예당 관장 지원 당시 “지금까지 예당이 걸어온 10년과 앞으로 걸어갈 10년을 위해 시스템을 갖추고 완성도를 높여 대전 시민을 위한 최고의 공연장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봄햇살이 따사롭게 쏟아지던 지난 9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아담한 체구에 학자풍 외모의 이용관 관장은 온화하고 겸손한 느낌을 주었다. 진회색 재킷 안에 받쳐입은 와인 빛이 감도는 셔츠, 은회색빛 단정한 헤어스타일은 차분하고 절제된 이미지로 다가왔다.

이용관 관장의 신념과 패기가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 시점에 대전의 문화공연계에서 대전만의 새로운 색깔로 새 역사를 쓰기 시작한 그의 열정과 포부ㆍ의욕,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사진=대전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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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전문화예술의전당


▲늦깎이 학생, 기자에 눈뜨다=당진에서 태어난 이 관장의 어린 시절은 여느 도시 친구들과는 달랐다. 시골에서는 5ㆍ16 이후 국가 재건 분위기가 감돌았고, 농사를 지으셨던 그의 아버지는 '이용관'이라는 이름 석자만 쓸 수 있으면 기술을 배우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한글을 다 뗀 영특한 소년은 고전소설 '구운몽' 등을 아버지에게 읽어드리곤 했다.

어느덧 하나둘 친구들이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더 이상 어울릴 친구가 없게 된 그는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식투쟁을 하면서까지 아버지에게 학교에 보내달라고 졸랐다.

“당시 가난한 삶을 사셨던 아버지는 제가 학교에 입학하기보다 기술을 배우기를 원하셨죠. 결국 친구들보다 2년이나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은 그가 원하는 공부를 하기엔 큰 걸림돌이 됐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했지만 사립대에 진학할 형편이 안됐고, 더욱이 재수를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군대였다. 군대 제대 후 그의 나이 24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부산대 영문과에 입학했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학비 면제를 받았으며, 학보사 경험을 살려 4학년 2학기때 중앙일보 기자 시험을 치르게 된다.

“'영문도 모르고 들어갔다 영문도 모르고 나온다'는 영문과에 입학한 뒤 학보사 기자와 편집국장을 하면서 기자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죠.”

▲첫 직장에서 문화예술과 만나다=대학 4학년, 기자의 꿈을 안고 중앙일보 기자 면접시험을 치른 그에게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면접시험은 당연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던 그는 아쉽게도 면접에서 낙방하게 됐다.

그러나 회사측은 필기시험 성적이 좋았던 그에게 다른 쪽에서 일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가난했던 그에게 넉넉한 연봉은 솔깃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결국 그는 중앙일보에 입사해 인연을 맺게 됐고 그후 문화사업본부에서 다년간 근무하며 공연기획의 세계에 눈뜨게 된다.

문화사업본부에서 오랫동안 러시아의 '볼쇼이 발레' 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기획을 맡아왔던 그는 문득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이 주먹구구식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우연히 '예술경영'이라는 것을 친구로부터 접하게 되고,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당시 예술경영을 가르치던 대학으로는 중앙대(문화행정)와 단국대(예술경영)가 있었다.

미국 뉴욕대 출신 강사와 '시즌제 방식'과 '패키지 판매' 등에 관련해 토론을 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스님이 도를 깨우치는 계기처럼 '아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 생각해왔던 방법을 미국은 이미 60년대부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됐죠.”

이때의 충격으로 본격적인 학문의 세계에 뛰어든 그는 이와 관련한 내용인 '미국의 관객개발 시스템과 국내 적용에 관한 연구'로 단국대에서 석사논문을 발표했다.

1998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회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당시 회사 선배들의 명퇴를 지켜보던 이 관장은 '나도 언젠가 대상자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위기감을 갖게 된다.

“40대 초반 시절이었는데, 문화사업본부 일은 주말에도 쉴틈이 없고, 술도 많이 먹게 되고, 몸은 점점 지쳐만 갔습니다. 아이들은 어렸고, 가족은 반대했지만 삶의 전환점이 필요했던 저는 과감히 직장에 사표를 내고 나왔습니다. 민간극장이 아닌 공공극장에서 저의 꿈을 펼쳐보고 싶었죠. 비영리극장에서 좋은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여러 생각을 하면서 밖으로 나왔는데 막상 나오니까 춥더군요(하하하).”

▲예술경영의 길을 걷다=그는 첫 직장을 그만두고 난 뒤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청소년 음악회를 기획하는 등 예술교육차원에서 의미 있는 공연기획을 펼쳤다.

문화정책에 대해서는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3년 동안 문화정책과 관련된 세미나와 포럼 등이라면 관련 자료를 닥치는대로 읽고 쫓아다니며 질문을 던지곤 했다.

“문화정책 관련 포럼 등에 빼놓지 않고 찾아다니니까 그 당시엔 관계자들이 제 얼굴을 알아봐주고 '또 질문하는구나' 라는 말까지 했었죠. 그 후 토론자로 참여하기도 하면서 예술경영의 흐름을 점차 알게 됐어요.”

그는 2004년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다닐 당시 강의도 하고 세미나에도 참여하면서 전문가 소리를 듣게 됐다. 이후 '공연예술 관객 개발을 위한 예술교육과 그 효과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3가지 관객 유형별 맞춤형 홍보 필요=그는 관객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간단한 정보만 제공해도 공연장에 자주 오는 전문가들인 A형, 초대권을 준다거나 재미있다고 소문나야 오기 때문에 다른 부가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홍보가 필요한 B형, 공연장에 거의 안오기 때문에 인생에서 왜 예술이 필요한지부터 기초적으로 교육해야 하는 C형 등 관객 유형을 구분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인 교육도 계속 진행하면서 공연 프로그램 배치에 있어서도 '난이도가 낮은 공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연', '고급 공연' 등 프로그램별로 나눠 진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관장으로 있는 동안 이런 관객 유형별 '맞춤형 홍보'를 꼭 시행할 생각입니다.”

▲예당의 지난 10년, 앞으로 10년=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아 이 관장의 각오가 남다를 터였다. 그는 예당의 지난 10년이 '준비와 창업과 성장 기간'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고 완성도를 높이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예당의 프로그램 가운데 가치가 조금 덜 알려진 공연은 충분히 활용했었는지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공연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치 확산'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모델이 되는 공연장.' 이 관장은 이런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환경이 녹록지는 않지만,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150만 대전시민, 40만 가구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게 장기 목표입니다. 여기에 과학적 분석에 의한 마케팅을 펼친다면 예당의 유료 관객 점유율도 70%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이 관장은 탄탄한 스토리와 예술성을 겸비한 매력적인 축제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다. 각각의 페스티벌에 체계적인 검토와 더불어 독창적인 색깔을 입히고, 관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기획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싶어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 각각의 인증마크 색깔이 보다 더 선명해지고, 각 분화별 조화를 이루는 그런 공연장을 만들 것입니다.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시즌공연과 예술교육 등을 더욱 확대해 세계 속의 대전문화예술의전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십시오.”

'두려워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라'라는 말처럼 예술경영 전문가로서 앞으로의 예당 10년을 과학적으로 최적시스템화하고,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국내 최고의 공연장으로 성장시키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는 이 관장의 의지가 당차고 굳건해 보였다.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박수영 기자

●이용관 관장은 누구?

▲1956년 5월 당진 출생 ▲부산대 영어영문학과, 단국대 경영대학원 예술경영학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공연예술협동 과정 예술학 박사 ▲중앙일보 문화사업부장(1989~1998년), (사)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사무국장 및 이사(1998~2002년), (재)부천문화재단 예술경영 전문위원(2003~2004년), 안양문화예술회관 관장, (사)한국예술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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