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곡물로써 보상한다.'(相傷, 以穀償)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자는 소유주의 집에 잡혀들어가 노예가 됨이 원칙이나, 자속(自贖:배상)하려는 자는 50만 전을 내놓아야 한다.'(相盜, 男沒入爲其家奴, 女子爲婢, 欲自贖者人五十萬)
팔조법금(八條法禁) 중 3개 조항이다. 범금팔조(犯禁八條)라고도 전해지는 팔조법금은 고조선의 법이다. 중국 고대 서진(西晉)의 진수(陳壽 233~297)가 편찬한 정사(正史)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에 기록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법이다.
팔조법금은 말 그대로, 8개 조항의 법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건 『한서지리지』(漢書地理志)에 기록된 3개 조항이다. 내용으로 볼 때 생명과 신체, 재산 등에 대한 규정이 8개 조항으로 모두 통제될 정도였다. 다시 말해, 사회가 오늘날처럼 그리 복잡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법 조항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고조선에서도 살인과 폭력, 절도 등이 적지 않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수록 사회가 복잡해져 고조선의 법률 조항은 60개 항으로 늘었다고 전해진다. 작게는 부족에서 크게는 국가를 건립, 유지하기 위해선 '통제'가 불가피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통제라는 단어가 '보편적 규범'으로 바뀌었을 뿐 결국 목적은 다를 바 없다. 통제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 강제성을 띤 법이라는 걸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법을 이중성 또는 필요악으로 부르는 이들도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살인과 폭력, 절도 등 각종 범죄를 처벌하는 법처럼 억울함을 해결해주는 법이 있다. 또 유신과 군사독재 시대 등 법의 무력화에 일조하며 암울한 현대사를 기록한 법이 있다. 법의 이중성과 필요악이라는 건 후자를 언급한 것으로, 권력에 좌우되는 현실의 폐해를 강조하는 것이다. 현재도 이 말을 부인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법은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2013년에도 어김없이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안다'는 50년, 오는 25일이 바로 대한민국 법의 쉰 번째 생일, 법의 날이다.
1964년 대통령령(제1770호)으로 법의 날을 법제화한 후 열린 제1회 법의 날 행사에서 국가는 이렇게 공표했다.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시키는, 소위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일반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계몽하기 위하여 법의 날을 제정한다.”
그래 법은 이래야 한다.
윤희진·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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