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사무국장 |
'곰팡이'이는 평범한 한 가족이 살아가는 이 시대 군상(群像)의 한 단면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긍극적인 삶의 목적은 '행복'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처의 근원이다. 주변에 별 생각없이 내 던진 한 마디가 상처가 되고, 그것도 매일 만나는 가족에게는 더 아프고 서운할 때가 있다. 그만큼 서로 믿고 알아주고 싶어 하는 사이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기에 더 함부로 대하고 상처를 준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끼리 갈등, 상처, 화해, 환경은 달라도 어느 가족이든 아픔은 있다. 그것이 화해되었거나, 아니면 아직도 화해되지 않았거나 영원히 화해되지 못해도 가족이기에 지니고 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하는 것이 이 '곰팡이'의 주제인 것 같다.
객석에서 곰팡이 연극에 함께 빠지면서 문득 고향 아롱구지의 선배이자 살아있는 한국 연극계의 전설 '오태석'의 정 줄이 생각난다.
“잘 된 연극은 기본적으로 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고 배우들이 관객들을 의식하고 연기한다. 그래서 생략과 여백을 통해 관객들이 연극에 참여할 수 있는, 다시 말해 골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야말로 관객의 정 줄을 놓게 만드는 즉흥적인 느낌의 연희에 흠뻑 빠져들어 아예 줄거리 파악 같은 건 뒤로 하게 빠져드는….”
곰팡이 연극의 주요내용은 이렇다. 반항아 고등학생 '영민'은 학교에서 문제아로분류 퇴학을 당한다. 그래서 '안철수'라는 이름으로 나이트클럽에서 삐끼생활을 한다. 한편, 적극적인 성격의 보험왕 아내 인숙에게 매일 엊어맞고 사는 남철은 몇 년 째 앞치마를 두르고 집안 일만 하고 있다. 소심하며 자상한 남철은 아들 영민을 안타까워하지만 인숙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며 못마땅해 한다. 영민은 골목길에서 광식이 패거리와 마주하고 광식은 영민의 얼굴을 칼로 긋는다.(中略)
극중 클라이막스. 갈등으로 치닫던 극중 가족은 서로의 오해와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를 한다. 인숙은 아들 영민을 '푸른 곰팡이'라고 얘기하며 영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더 욕해달라며 소리친다. 그러면서 남철과 혜림 등은 서로 부등켜안고 가족의 소중함을 인식하며 해피엔딩 가족드라마 '곰팡이' 연극은 막을 내린다.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곰팡이로 좌충우돌 10여년을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엇박자로 살아온 영민과 순진하지만 똑소리나는 이쁜 여자친구 혜림의 이중적 대비, 적극적인 성격으로 억척이로 살아가는 인숙과 늘 죽어 사는 공처가 남철의 이중적 구조장치. 극중 인터미션(Intermission)없이 1시간여 진행된 가족 연극 '곰팡이'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다. 그러나 평범속에 비범함이 있다는 델리게이트한 이중적 구조를 장치하고 긴박함과 발 빠른 템포로 승화시켜 관객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있다.
원도심 살리기에 노력하고 있는 중구 대흥동 소재의 드림 아트홀에서 2011년 초연에 이어 2013년 의욕적으로 데꾸빠쥬(decoupage)로 올려진 격조높은 연극 한 편에서 과연 '나' 라는 일그러진 군상은 과연 어떤 곰팡이일까? 하는 삶의 언저리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독일의 시인 '괴에테'의 말이 생각난다. “이 세상에서 해방되는 데에 예술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또한 세상과 확실한 관계를 갖는 데에도 예술을 통하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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