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유류오염사고, '지루한 싸움'에 주민 소송포기 속출

서해안 유류오염사고 민사訴 6년째… 8만7천명중 1만6천명 취하… 인지대 등 원인

서해안 유류오염사고 후 피해주민들의 생존싸움이 6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민사소송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배·보상에 대한 지루한 싸움으로 피해주민들이 많이 지쳐 있는데다, 고령자가 많은 소송 당사자 중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8일 충남도 서해안유류사고지원본부 등에 따르면 대전지법 서산지원이 지난 2월 8일까지 사정재판 결정에 대한 이의 소송을 접수한 결과, 피해주민 채권자 측에서 모두 8만7000명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주민들의 민사소송 제기는 청구액 대비 사정액이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민사소송전이 시작된 후 2개월이 지난 지금 피해주민들의 소송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일 현재 국내 사정재판 결정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출했던 피해주민 8만7000명 중 1만6000명(18.3%)이 소송을 취하했다.

이 같은 이유는 6년째 이어진 지루한 싸움과 함께 일괄적 소송 제기, 소송가액(인지대) 부담 등이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송 당사자중 사망자가 3000~4000명에 달하는 등 상속권자들의 소송 포기도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문승일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사고가 발생한지 오랜시간이 지나 피해주민이 많이 지쳐 있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민사소송 전체 재판 기간을 15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긴 '서해안 유류오염사고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측의 소송 규모는 한 건도 줄지 않았다. 앞서 국제기금은 지난 2월 5일 국내 재판부가 산정한 피해금액을 줄여 달라며 6만3000명 규모의 이의 소송을 제출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일부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 두고 있다.

이 법안에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 재판기간의 특례규정을 신설해 15개월 이내에 재판절차를 마무리하고, 유류오염사고 원인 제공자는 피해지역과 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 등 복구에 대한 사회적·도덕적 책무를 다하도록 근거가 마련됐다.

본안소송 전에 법원의 조정명령이 내려지면 13만4000건에 달하는 소송 건수는 크게 줄 것이란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민사소송 규모가 방대해 재판부에서 부담스러워 한다. 1차 조정이 있으면 소송 규모가 줄 것”이라며 “첫 심리는 오는 7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