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 |
“이번에 제가 이 나라로 오면서 국경인 역수(易水)를 지나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 했습니다. 물이 빠진 강가에 커다란 조개 하나가 입을 벌리고 볕을 쬐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도요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날카로운 부리로 조개 속살을 쪼았다. 그러니 깜짝 놀란 조개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고, 그 바람에 도요새 부리는 조개 입 속에 꼭 끼고 말았지요. 당황한 도요새는 '네가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하고 계속 벌어진 채로 있으면 볕에 속살이 말라서 죽고 말걸'하고 위협했다. 그러자 조개는 '흥! 내가 놓아 주지 않으면 네놈인들 굶어 죽지 않고 배길까?'하고 코 웃음을 치더군요. 그처럼 둘이 티격태격할 때, 마침 어부가 이 광경을 보고 달려와 조개와 도요새를 함께 붙잡아 버렸습니다.”
이처럼 먼저 비유를 늘어놓은 소대는 비로소 본론을 꺼냈다. “조개와 도요새가 오기를 버티다가 둘 다 죽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연나라와 조나라도 서로 싸우게 되면 같은 불행을 당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귀국의 바로 등 뒤에는 진나라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귀국이 연나라와 싸워 힘이 빠지기를 기다려 진나라가 달려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혜문왕이 가만히 들어보니 이치에 맞는 말이었다. 더구나 현명한 재상 인상여(藺相如)가 옆에서 소대를 지원하는 간언을 올리는 바람에 마침내 연나라 침공 계획을 중지하고 말았다. 이처럼 어부지리(漁夫之利)와 같은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모든 일을 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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