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시만큼이나 놀라운 것들이 존재할까? 아니면 책상이란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을까?
김경주, 김승일, 박성준, 박진성, 서효인, 오은, 유희경, 이이체, 최정진, 황인찬…. 우리 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젊은 시인 10명이 모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최신 감각으로 무장한 젊은 시인들이 풀어내는 '책상' 이야기를 모았다. 여기에 이들이 갓 지어낸 따끈따끈한 신작 시를 더했고, 시인들의 실제 책상 모습을 '텍스트 실험집단 루'의 동인이기도 한 사진작가 허남준이 사진으로 담아냈다.
'앙팡 테리블'이라 불리는 박성준의 말마따나 요즈음의 젊은 시인들은 “카페에서 오늘의 커피나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흡연실에서 노트북과 씨름”하며 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책상 앞에 진득하게 앉아 시를 쓰는 젊은 시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좀체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김승일 역시 자신의 책상을 촬영하러 온 사진작가에게 “아, 제가 진짜! 이 책상에서 한 번도 제대로 글을 써본 적이 없거든요”라며 강변한다. 그럼에도 왜 '책상'이어야만 했을까?
이처럼 시인의 책상은 김경주, 김승일, 박성준, 박진성, 서효인, 오은, 유희경, 이이체, 최정진, 황인찬 등 10명의 젊은 시인들에게 '책상이란 어떤 곳일까'란 질문을 던져서 나온 시와 에세이 모음집이다. 책상은 시인에게 필수품일 것 같지만 의외로 책상에서 시를 쓰는 시인은 거의 없다. 요즘 젊은 시인들은 카페에서 '오늘의 커피'나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흡연실에서 노트북과 씨름하며 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책상은 오히려 문학에 대한 원초적 기억 혹은 글쓰기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박성준 시인은 침대에 누워 글을 쓰고 책을 읽다가 자취를 하게 되면서 책상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하지는 않고 엎드려 잠이 들다가 책상이 입식인 탓을 하고 좌식 책상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결국, 시인은 책상은 아예 포기하고 퀸 사이즈 침대를 책상 삼았다. 어린 시절 자개 문양 책상 위로 쓰러지던 누나에 대한 기억도 담담히 적었다. 책상 앞에서 몰래 무언가를 도모해본 독자에게 읽는 재미가 있다.
김경주, 김승일, 박성준, 박진성, 서효인, 오은, 유희경 이이체, 최정진, 황인찬 지음/알에이치코리아/224쪽/1만3000원.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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