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경]아름다운 세상과 대전형 사회적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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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경]아름다운 세상과 대전형 사회적 자본

[기고]오종경 대전시 자치행정과장

  • 승인 2013-04-10 14:20
  • 신문게재 2013-04-11 20면
  • 오종경 대전시 자치행정과장오종경 대전시 자치행정과장
▲ 오종경 대전시 자치행정과장
▲ 오종경 대전시 자치행정과장
케빈 스페이시(유진)와 헬렌 헌트(알랜)가 주연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가 있다. 트레버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가 집을 나간후 어머니 알랜과 둘이 사는 중학생이다. 사회선생님인 유진은 학생들에게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바꿀 방법을 생각해서 일년동안 실천하라는 특별한 과제를 낸다.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 도와드리기와 같은 일상적인 것을 생각했지만 트레버는 선생님의 숙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고민을 한다. 트레버가 생각해 낸 것은 자신이 3명을 도우면 그3명이 다른 3명을 도와 9명이 되고 그 다음에는 27명이 되고 그러다 보면 피라미드식 도움주기 운동이 퍼져나가 아름다운 세상이 될거라는 믿음이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세계화를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 사회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날로 심해지는 빈부의 격차, 자살률의 증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의 파괴, 계층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물질의 풍요 속에 살면서도 소유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다. 오히려 갖지 못하는 처지를 비관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진학, 취업, 승진 등 생의 대부분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활하면서 이웃이란 소중한 의미를 잃고 있다. 소유는 늘었지만 이와 비례하여 신뢰, 배려, 소통과 같은 무형의 소중한 자산을 상실했다.

최근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발생한 살인과 방화와 같은 사건들은 중병에 걸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학교에서는 폭력으로 아이들이 멍들어 가고 있고 불의를 보고도 피해가 올까봐 못 본체 한다. 나만 괜찮으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심리가 팽배하다. 작은 일에도 쉽게 분노하고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보다는 물리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치유하지 않으면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얼마나 큰 비용을 치러야 할지 알 수 없다.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무관심과 이기심과 탐욕이 만든 것이다.

우리시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하고자 사회적자본 확충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지난 1월 전담조직을 신설과 조례를 제정하여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사람과 공간, 제도를 근간으로 한 사회적자본이 풍부한 도시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전형 좋은 마을만들기 사업은 이웃간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을 만드는데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에서는 우선 주민의 관계망형성을 목적으로 한 학습모임과 사업준비등 씨앗사업을 집중 발굴해 이를 단계적으로 지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층간소음 등으로 고통을 겪는 공동주택에서는 모임을 결성하여 갈등을 해소하고 자투리 텃밭가꾸기등과 같은 사업을 함께 해보는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대전은 오래전부터 사회적자본이 풍부한 도시로서의 기반을 갖추어 왔다. 두루라는 마을화폐로 의료서비스를 받고 물물교환과 생산품을 거래하는 마을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다. 영리목적이 아닌 조합원의 사전질병예방과 사회적약자 치료를 위한 마을병원이 운영되고 있으며 마을가게, 마을도서관, 마을공동육아등 크고 작은 60여개의 마을공동체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지역공동체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대전시의 사회적자본이 주목을 받는 것은 중앙정부와 타자치단체에 앞서 추진하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와 마을만들기를 연계하여 대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를 형성해 나가려는 노력 때문이다. 신뢰와 배려의 가치 아래 시민들은 참여와 소통으로 화답하고 이웃 간에는 협력과 나눔이 있는 대전공동체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속 트레버가 꿈꾸었던 아름다운 세상이 바이러스처럼 시민 모두에게 번져가길 그려본다. 어느덧 아름다운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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