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존폐 위기에 직면한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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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존폐 위기에 직면한 개성공단

  • 승인 2013-04-09 19:07
  • 신문게재 2013-04-10 21면
개성공단이 기계소리가 끝내 멈추면서 존폐의 기로에 섰다. 북한이 8일 근로자 전면 철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9일 개성공단의 5만4000명에 달하는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사실상 폐쇄조치다. 입주기업은 물론 남북 모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2004년 본격 가동 이후 초유의 사태로 지역기업 6곳을 비롯한 123개 우리 측 기업들은 당장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가 가동 중단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기업인의 모습이 참담한 심경을 웅변한다. 평생 모아 투자한 사업이 하루아침에 날아갈 판이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가동중단 또는 폐쇄로 인한 피해규모는 수치로 따질 일이 아니다. 입주기업 상당수는 개성공단에 '올인'하고 있어 가동중단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전면 폐쇄로 가는 최악의 경우 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선의 방안은 공단 가동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아직은 잠정 가동 중단이다. 전면 폐쇄는 아니므로 남북 양측이 냉정하고 신속하게 접근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북한도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는 남측 태도에 달려 있다는 단서로 정상화의 불씨는 꺼뜨리지 않았다.

남측이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라는 식의 태도가 영 마음에 걸리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는 일을 막으려면 꼬인 실타래를 먼저 풀어내야 한다. 책임 있는 당국자 간 대화 물꼬를 트는 일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당사자 간 통로가 막혔다면 유엔이나 미국, 중국을 통한 우회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경제적 이익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남북 화해 협력의 대표적 산물이자 남북 상생의 통로다. 어느 한 쪽의 득실을 잴 문제가 아니다. 천안함 사태로 대북제재를 결정할 때도 개성공단은 제외됐다. 남과 북 모두 개성공단의 상징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장은 우리 측 인원들을 안전하게 철수시킨 뒤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입주기업 줄도산을 막을 대책도 세워야 한다. 금융권에서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대출금 상환을 유예한다고 하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과 근로자를 모두 살릴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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