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담배손님이던 중학생, 70대 슈퍼주인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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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담배손님이던 중학생, 70대 슈퍼주인 신고

왜 신고했냐 묻자 “환불 안해줘서” 현금영수증 발행 실랑이에 처남과 매부 피고인석에

  • 승인 2013-04-09 18:11
  • 신문게재 2013-04-10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현장-대전지법 형사법정 231호를 가다]법정서 본 황당 사연들

9일 오전 대전지법 231호 법정(형사 10단독ㆍ판사 전아람). 70대를 훌쩍 넘긴 듯한 노인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죄명은 청소년보호법 위반이다. 2012년 10월 오후 7시30분 유성구 봉명동 OO슈퍼. 95년생인 A군은 주인 B(74)씨에게 돈을 주고 담배 1보루를 샀다. 하지만, 중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운 A군이 담배를 끊겠다며 10갑 중 2갑은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8갑은 환불하기로 했다.

다음날, 같은 슈퍼를 찾은 A군은 가게를 보던 B씨의 부인에게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직접 팔지 않았던 부인은 '여기서 샀는지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환불을 거부했다. 여러 차례 실랑이가 오갔고, 결국 A군은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았다며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39년생인 OO슈퍼 주인이 피고인석에 앉은 이유다.

검찰은 “A군에 담배를 팔 때, 신분증을 확인했느냐”고 70대 피고인에게 벌금 50만원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그동안 담배를 많이 샀다고 했는데, 왜 신고했느냐”고 17살의 A군에서 물었다. A군은 “환불을 해주지 않아 신고했다”고 답했다. 방청석에서 자신의 재판을 기다리던 이들은 증인석에 서 있던 A군의 뒤통수에 시선을 고정했다. 법정을 나선 70대 주인은 “할 말이 없다”며 계단을 내려갔다.

이번엔 매형과 처남이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은 사건의 재판이 이어졌다. 죄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처남은 누나의 환갑을 기념해 매형을 비롯해 온 가족과 모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가족들과의 화기애애한 자리가 끝난 후 문제가 생겼다. 당시 음식값을 지불한 이들은 업주에 현금영수증 발행을 요구했지만, 업주가 거부했다. 곧이어 실랑이가 벌어졌고,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했다. 업주와의 말싸움이 커지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매형과 처남이 경찰과 작은 충돌을 벌였다.

처남은 “경찰이 매형의 손에 수갑을 채워 경찰차에 강제로 태워 가더니 유치장에서 하루를 보내게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매형에게 300만원, 처남에게 20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처남은 최후진술에서, “뭐가 공무집행방해냐, 이건 인권유린”이라며 판사와 검사를 향해 큰소리로 항의했다. 판사의 제지에도 불구, “현금영수증을 발행해달라는 게 무슨 죄냐. 너무 답답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7인승 차량에 6명이 탄 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버스전용차선 위반으로 법정에 선 한 30대는 스마트폰으로 관련 법령을 읽어가면서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했고, 30대 여성과 60대 남성은 대형마트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법정까지 왔다. 금남고속 노조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의 업무 처리와 관련, 자신에게 욕설했다며 한 노조원을 모욕 혐의로 고소해 법정에 서기도 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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