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무릎은 좀 어떠셔요? 많이 좋아졌지?”
가운을 걸친 근엄한 한의사라기 보다는 친근한 막내아들 같다. 환자들의 아픈 부위를 만져주고, 살가운 말한마디를 건네는 이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지난 2월 신임 대전한의사회 회장에 취임한 정금용<사진> 회장은 1993년 대전대 한의대를 졸업한 후 갈마동에서 한의원을 개원하고 지금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다. 20여년간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변화해야 살아갈 수 있는 진리도 깨달았다.
한의사들이 어렵다고 한다. 연간 대전에서만 20여곳이 넘는 한의원이 문을 닫는다. 우리 역사와 함께해온 한의학이지만, 정부의 제도적 범위에서 밀려나면서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힘든시기 무엇보다 소통과 화합으로 한의학을 대전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정 회장의 포부가 크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정 회장의 신념과 패기가 대전지역 한의학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해 보면서 한의학에 대한 정 회장의 열정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 사진=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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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는 내 운명=논산 연산 출생인 정 회장은 어린시절부터 한의학적 용어와 친숙했다. 할아버지께서 한학을 하신 학자였기 때문에 아버지를 비롯한 집안 어른들의 용어 사용이 흔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부터 친숙하게 다가왔던 한의학은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누구도 한의학을 선택할 것을 권유하지도 않았고, 자연스럽게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과정은 어려웠다. 공부가 어려웠고 하기싫은 마음에 4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갔다. 일반적으로 1학기를 마치고 가거나 졸업후 가는 것과는 상반된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한의대를 다녔지만, 일반 사병으로 육군 만기 제대를 한 것도 특이한 이력이다.
군대 제대후 그의 마음 가짐은 달라졌다.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지금은 한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환자들이 치료받고 좋아졌다고 하면 이만큼 뿌듯한 일이 또 있을까 생각해요.”
할머니들이 치료받고 좋아졌다고 전화주고, 요구르트라도 한병 사오는 모습을 보면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정 회장은 스스로를 '품위 없는 스타일'로 칭한다. 가운보다는 청바지와 편한복장으로 환자를 대한다. 환자들이 편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권위있는 모습보다는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친근한 의사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정 회장은 마음도 치유되고 몸도 치유되는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통해 봉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자신은 선택받았고, 운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20년 지기 터줏대감=정 회장은 갈마동에 공무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한 1993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보니 오랜시간 환자들을 봐오며, 환자들의 병은 물론 가정사까지 전부 알고 있을 정도다.
동네목욕탕을 찾아도 환자를 보면 인사를 건넨다.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천수당 정 원장이요”를 외칠정도로 스스럼이 없는 그다.
20여년 동안 병원을 운영하다보니 스무살시절 군대선임하사가 병원을 찾은일도 있다. 군시절 그 어렵던 선임하사가 의사앞에 환자로 변해 치료를 받으니 재미있는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매일 오는 환자도 고맙고 생각이 나지만, 이사갔다가 오랫만에 찾아온 환자를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어요. 건강은 어떤지 집안일은 잘 해결됐는지 궁금하고 다시 찾아주신것도 감사하고 그래요.”
▲어려운 한의사회 극복 방안은 '화합'=얼마전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서로의 권리 주장에 나섰다.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있어 의사들은 자신들만 사용해야 한다며 한의사에게 사용 권한을 줄 수 없다고 맞섰으며, 한의사들 역시 치료기와 의료기기 등은 국민들에게 해가 되는 내용이 아니니 당연히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의사들은 현재 일부 의료기는 사용할 수 있지만 법안에 막혀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는 의료기사 지휘권도 없는 실정이어서 한의원에 물리치료사를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물리치료는 대학에서 학문으로 배우고 졸업하는 의료기사인데 전국의 한의원에 취직하면 당장 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라며 “환자들은 좀더 전문적인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고, 한의원에서는 양질의 물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의료기사 지휘권은 무엇보다 개선돼야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한의사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서 정 회장은 회원관의 소통과 유대강화를 손꼽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모임 위주의 소통보다는 카페나 문자, 카카오톡 등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전 회원의 직간접적인 여론수렴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임원 몇명이 정하던 한의계의 중요안건에 대해 전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투표를 실시하는 등 되도록 많은 소통과 의견을 수렴 하겠다는 포부다.
정 회장은 “체육대회 또는 문화, 친목행사 등으로 단합을 도모하고, 각 구별로 분회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각종 지원을 할 예정”이라며 “이사회 결의사항 등은 즉시 공지를 통해 회원 모두가 한의계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등산모임이라든지 체육대회 문화행사 등이 있다면 적극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화합하고, 나아가 한의계의 제도적 개선을 위한 힘을 모을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봉사단 창단으로 시민 속의 한의사회=대전한의사회는 올해 의료봉사단 창단을 계획하고 있다. 의료봉사는 물론 사회봉사도 할 수 있는 봉사단을 기획중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30여명 정도 회원을 모아 지역 인근과 외국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을 방문해 해외의료 봉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오는 7월6일 서구청 주관으로 몽골로 떠나는 해외의료봉사에도 동참할 계획이다.
그는 “대전지역 한의사들이 개별적으로 봉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본다. 각 지역의 봉사단을 통합해 체계적으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사회적 봉사와 장학금 지급 등 많은 부분을 봉사하기 위한 내실있는 운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의료관광은 선택아닌 필수=정 회장은 한방 미용성형을 해왔다. 현재는 한달에 한번 중국 북경을 찾아 강의와 시술도 하고 있다. 처음 중국과 인연을 된 것은 2년전쯤 화상입은 중국 환자가 치료를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대전을 찾았다. 여자친구는 여드름 치료를 위해 정 회장을 찾았고 치료에 만족한 환자와 연결이 돼서 매달 북경을 찾고 있다.
정 회장은 국내 한의학 시장이 어렵다면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의료시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는 그가 직접 북경을 다니고 있지만, 중국에서 한방 성형의 인지도는 상당히 높다. 미용과 성형 분야에 있어 중국인들의 신뢰도가 높아 충분히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대전시와 대전지역 일부 의료기관들이 선도적으로 해외의료관광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충분히 받아들이고 배울점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홍보하고,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공헌 확대를 통한 홍보 기능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대전 한의사회가 소통과 화합으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시민속의 한의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대담ㆍ정리= 김민영 기자
●정금용 회장은 누구
1983년 남대전고, 1993년 대전대 한의학과 졸업, 1993년 갈마동 천수당 한의원 개원, 대전한빛 라이온스 클럽 회장(2000~2001), 국제라이온스협회 355-D지구 1지역 1지대위원장(2003~2004), 대전대 총동문회 부회장ㆍ감사 역임, 현 매선요법학회 회장(2009~), 현 피부과학회 부회장, 현 중원학회 회장, 현 대전시 장애인 조정연맹이사, 대전대학교 총동문회 부회장ㆍ대전시서구한의회장ㆍ대전시 한의사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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