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도]신자유주의의 덫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진도]신자유주의의 덫

[논단]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 승인 2013-04-04 15:08
  • 신문게재 2013-04-05 20면
  •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
지난 10년간 수출은 3배 늘어나고 국민소득은 2배 증가했다.

세계경제가 장기불황임을 고려하면 거시경제지표로는 괜찮은 셈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은 전보다 고달파졌다. 90년대 초반 20%대 육박하던 가계 저축률은 지난해 4.7%로 하락했으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4년 103%에서 지난해 134%로 증가했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국산업연구원의 '한국경제의 가계ㆍ기업 간 소득 성장 불균형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IMF 경제위기 이전 한국경제 성장기(1975~97년)에는 가계 및 기업 소득이 각각 연평균 8.1%, 8.2%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기업의 성장과 가계소득이 '동반성장'하는 모양새였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 2000~2010년에는 기업 소득이 연평균 16.4%씩 증가했지만, 가계소득은 연평균 2.4%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친기업적인 이명박 정부부터 격차는 급속히 확대됐다. 기업과 가계간 불균형 탓에 경제성장률과 가계소득증가율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국민소득 대부분이 기업에 돌아갔다 해도, 사실상 30대 재벌에게 돌아갔다. 30대 재벌은 전체 상장기업에서 총자산 55%, 매출액 67%, 당기순이익 75%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 중에서도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재벌이 대부분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9~2013년) 4대 재벌에 대한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30대 재벌 중에 4대 재벌의 비중은 자산총액 49.6%에서 55.3%로, 매출액 비중은 49.6%에서 53.2%로 높아졌다. 총 순이익 비중도 70.5%에서 79.8%로 높아졌다. 재벌은 성장 과실을 대부분 가져가지만 내는 세금은 적다. 매출액 기준으로 30대 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은 지난해 평균 17.3%로 미국(28%)이나 일본(27%)에 비해 훨씬 낮다. 삼성전자의 실효법인세율은 16.3%였고, 현대자동차는 15.8%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부자감세' 정책에 대기업의 순이익은 늘어났지만, 세금은 오히려 줄었다. 물론 경제력집중과 불평등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어느 나라든 양극화와 승자독식의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재벌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초국적 기업의 한국적 변종이다. 다만, 한국은 재벌이 통제를 받지 않고 '무소불위'로 힘을 발휘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이기에 더 심각한 상태다. 사람들은 시장경제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시장과 국가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시장과 국가가 분리돼 균형을 이룬 구 자유주의 시대나 통하는 논리다.

신자유주의는 초국적 기업에 의해 시장과 국가가 동시에 조정되고 변형되는 체제다. 초국적 기업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법, 이데올로기 등 모든 영역에서 사회를 지배한다. 더욱이, 신자유주의는 표방하는 이데올로기와 다르게 자유시장에 전혀 충실하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적인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콜린 크라우치가 저서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에서 지적한 것처럼 신자유주의는 금융위기 이후 어느 때보다도 더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등장했다.

한국은 정부마다 재벌 개혁 혹은 경제민주화를 표방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오히려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와 재벌 체제는 승승장구했다.

또 크라우치는 '포스트 민주주의'에서 글로벌 기업이 민주주의를 '텅 빈 껍데기'로 전락시키고, 국가 권력을 수중에 장악해 국가에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초국적 기업은 권력을 동원하며 금융위기를 국가 재정위기로 전가했고, 공공지출과 복지의 축소를 강요했다. 뿐만 아니라 각국은 경제위기의 주범이자 초국적 기업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세계화를 더 강력하게 추진시켰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덫에 걸린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상상력과 대안, 초국적 기업에 맞선 주체 형성이 중요하다. 그 출발점은 우리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덫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갖추는 것부터 시작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