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우상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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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렬]우상의 몰락

[세설]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3-04-04 15:08
  • 신문게재 2013-04-05 21면
  • 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얼마 전 유명 스타 강사가 석사 학위 표절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한 국립대학 교수는 논문표절로 교수직에서 사임했고, 국내 지성인들이 많이 다니기로 유명한 서울의 한 교회 담임목사마저 '표절 행렬'에 동참했다. 표절이 정직하지 못한 행동이며, 지적 영역에서 도둑질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표절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일까.

첫째는 실력보다 외형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위가 없으면 '행세'할 수 없는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우리 사회는 사람을 그 사람이 지닌 스펙으로 평가한다. 어느 정도의 스펙없이는 아무런 활동도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너도나도 실력을 쌓기보다 '외형적인 자기 치장'에 몰두하고 있다.

둘째, 표절은 사람들의 탐욕과 관련이 있다. 학위를 얻어 행세하려는 사람은 적은 노력으로 원하는 것을 쉽게 얻으려는 탐욕이, 또 표절을 눈감아 주고, 심지어 장려하는 대학의 밑바닥에는 학생들 등록금을 향한 탐욕이 있다.

욕심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더 많은 물질과 더 높은 지위'에 대한 탐욕은 양심을 마비시키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묵인한다. 즉, 양 99마리를 가진 사람이 100마리를 채우고자 가난한 사람이 자식처럼 여기는 양 1마리를 무자비하게 빼앗을 때, 이같은 비인간적 행동의 시행자가 탐욕이다. 탐욕의 중심에는 '자아'라는 우상이 존재한다. 부정직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명예와 물질을 얻고자 하는 욕망의 뿌리에는 '자아'라는 우상이 존재하고 있다.

신학자 데이비드 웰스(David Wells)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유일한 가치는 '자아'라고 말했다. 웰스는 개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현대 사회의 갈등과 분열에 대한 해법이 없는 것은 자아보다 더 높은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의미에서 자아는 현 시대의 최고의 가치일 뿐 아니라, 우상(偶像)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명예와 성공, 부를 위해서 맹목적이며 비이성적으로 우상에게 경배하고 있다. 대신에, 고귀하고 소중한 가치들을 제물로 바치면서 말이다.

우리는 자아라는 우상과 싸워야 한다.

모두가 정신을 잃고, 숭배하는 우상에 맞서 싸워야 한다. 노력한 만큼 거두고,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보다는 진실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참된 존재로서의 진정한 자아를 찾는 길이다. 서로 배려가 있는 공정사회는 이 우상을 깨뜨릴 때 가능하다.

성경의 메시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우상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우상은 마약과 같다. 풍요와 쾌락을 제공하는 탓에 사람들은 우상에 현혹되지만, 결말은 비참하다. 성경은 거짓된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 좁고 고단할지라도 생명의 길로 가라고 말씀하고 있다. 비단, 종교적인 견지만 아니라 각자의 실존에서 고민하고 싸워야 할 문제다.

얼마 전 작고한 지식인 리영희는 저서 우상과 이성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리영희는 “거짓에 대항하는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나의 글쓰기 목적이며, 거짓이라는 우상에 대항하고 진실의 글쓰기를 하는 것에는 언제나 고통을 무릅써야 한다”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는 감동의 글을 남겼다.

이기적 자아라는 거짓 우상을 섬기고, 양심과 도덕을 버리면 진정한 자아를 잃는다. 우리는 이 시대에 이영희가 말한 것처럼, 탐욕과 이기적 자아라는 우상에 대항해 싸워야 할 선지자로 부르심을 받은 존재는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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