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형]부활의 전령사, 봄바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연형]부활의 전령사, 봄바람

[NGO 소리]이연형 천양원장

  • 승인 2013-04-04 14:04
  • 신문게재 2013-04-05 20면
  • 이연형 천양원장이연형 천양원장
▲ 이연형 천양원장
▲ 이연형 천양원장
나는 '대전충남 가곡부르기회' 회원으로서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시행하고 있는 발표회에 종종 출연해 연주를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불렀고 3월 16일에는 김동환 작사, 김규환 작곡의 “산너머 남촌에는”을 불렀다. 이 노래는 봄만 되면 내가 애창하는 가곡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 해 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정겨운 봄의 노래다. 봄바람이 불면 얼었던 대지가 풀리고, 죽은 것 같던 새 생명이 기지개를 켠다. 봄은 어딘가 남촌에서 바람 타고 찾아와, 잠들었던 생명들에게 '어서 잠을 깨라'고 나뭇가지와, 땅 위를 스치며 재촉한다. 봄바람은 겨우내 죽었던 생명에게 부활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다. 이 복음을 깨닫지 못하고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죽은 존재가 된다. 정원사와 농부는 죽은 가지와 죽은 풀포기는 과감히 잘라내고 뽑아내기 때문이다.

우리 시설에도 봄이 찾아 왔다. 겨우내 짓밟고 다녔던 앞마당 보도 블록 사이의 잔디가 녹색의 옷으로 조금씩 조금씩 갈아입기 시작하고 있다. 강인한 생명의 부활이다. 산수유와 개나리는 벌써 노란 꽃이 피었고, 추운 겨울을 이겨낸 풀꽃 중에는 민들레가 노란 꽃을 피워 벌써 씨를 날리는 것도 있다. 그 뿐인가. 어떤 이는 무릎을 꿇고 예절을 갖추고 봐야 한다 하여 '예절꽃'이라 부른다지만 그 이름하고는 얼토당토않게 이름도 민망한 '개불알풀' 이라는 꽃이 양지 바른 밭둑이나 정원석 아래 앙증맞게 어린아이의 맑은 눈동자처럼 자색을 뽐내고 피었다.

무엇보다 봄이 오는 느낌이 확연한 것은 아동들과 청소년들에게서 알 수 있다.

월드컵경기장 주변을 산책하다보면 추운 겨우내 밖에서 노는 일이 거의 없었던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나와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타기를 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우리 원아들도 뒷동산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농구와 축구를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린다. 이렇게 자연계와 아이들로부터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 정말 봄이 왔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봄꽃처럼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바르게 성장해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학교부적응으로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이 작년 말 보도에 의하면 매년 6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충청지역은 5000여 명이 된다 하니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걱정된다. 이들 중에는 학교를 떠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출해 각종 비행과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사실이 큰 문제인 것이다.

그들이 가출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가정에서는 부모와의 갈등ㆍ폭행ㆍ간섭이나 학대를, 학교에서는 학습에 흥미를 잃었거나 친구의 폭행과 따돌림,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고 짜증스러운 마음과 술과 담배를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라고 응답한다. 이러한 가출의 요인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은 지각이나 결석수가 쌓이고, 흡연과 음주가 일상화되면서 모범생과 비교되고 무한경쟁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어, 왜 공부해야하는가, 왜 살아야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 폭력행사로 비행이 증가되어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학업중단, 가출 등 위기에 빠진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제도로 대안학교나 교육청의 Wee센터,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등은 대단히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문제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대전시교육청에서 시행하는 '학교적응력 배양' 프로그램공모에 프로포절을 제출해 얼마 전 우리 시설이 위탁교육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 계절에 나는 우리에게 맡겨지는 학생들에게 부활의 전령사, 봄바람을 불어 넣어 그들 속에 잠든 거인을 깨워주려고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