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이야기]무자기(毋自欺)자기를 속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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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이야기]무자기(毋自欺)자기를 속이지 말라

  • 승인 2013-04-04 14:02
  • 신문게재 2013-04-05 11면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박일규 前 충남서예가협회장
▲박일규 前 충남서예가협회장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일화로 춘추시대 말기 진(晉)나라의 귀족인 범씨(范氏)가 도망할 때 백성 중에 종(鐘)을 얻은 자가 있었다. 그는 종을 짊어지고 달아나려고 했으나 종이 너무 커서 도저히 짊어지기에는 힘이 부쳤다. 생각다 못해 그는 방망이로 종을 깨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니 이번에는 또 종을 깨뜨릴 때 나는 소리 때문에 남들에게 들킬까 걱정이 되었다. 그는 마치 좋은 생각이 라도 해낸 듯 그이 귀를 틀어막고 작업을 계속하였다.

과연 그가 '귀를 틀어막았다'고 해서 종을 깨뜨리는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이를 보고 어이없어 하거나 그를 어리석은 자로 치부하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가 그의 귀를 막은 것이 괜한 짓임은 누구나 알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우습게 여기거나 한심하게 여기는 그 사람들 또한 크게 보면 거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무자기(毋自欺)
▲무자기(毋自欺)
우리는 어떤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평소에 지극히 당연시 여기던 것들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세상 물정에 훤하여 여간해서 사기 행각에 말려들 것 같지 않은 사람도 일순간에 실수로 인하여 사기꾼들의 마수에 빠져드는 것을 보라. 귀를 막은 종 도둑이라고 해서 어찌 제 귀만 막아서 일이 해결될 수 없음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종을 반드시 가지고 가려는 데 집착하다 보니 그 외의 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흡연이나 음주로 인하여 자기의 건강을 해치는 상식을 알려주어도 '나만은 병들지 않겠지'하는 이상한 그릇된 생각을 품고 있다.

결국은 사람들은 자기를 속이는 행위에 익숙하면서도 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 속이여서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 내 귀를 틀어막고 종을 깨뜨릴 때 내 귀에만 안 들릴 뿐 다른 사람들의 귀에는 번연히 들리고 있지 않을까? 어찌 나만이 해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리란 확인되지 않은 미망(迷妄)에 매달릴 것인가?

나에게도 그럴지 몰랐다는 때늦은 뉘우침을 갖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필요로 한다. 스스로 속이지 않는 행위를 몸소 실천할 때 건강도 따라서 보장된다. 어찌 일개인의 건강뿐이랴. 나를 비롯해 사회와 국가ㆍ세계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속이지 않는 행위야 말로 상호 관계의 건강성을 담보하게 된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할 때 어찌 남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서 최고 어려운 것은 무자기(毋自欺) 행동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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