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석]충청도의 인정미가 아쉬운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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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석]충청도의 인정미가 아쉬운 세종시

[중도시평]백운석 경제부장 겸 세종본부장(부국장)

  • 승인 2013-04-02 16:43
  • 신문게재 2013-04-03 20면
  • 백운석 경제부장 겸 세종본부장(부국장)백운석 경제부장 겸 세종본부장(부국장)
한국인은 인정(人情)이 많은 민족이다. 수천 년 이어져 내려오는 인정주의는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민족의 생존을 지킨 버팀목이었는지 모른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읜 심청이가 동네 아낙네들의 동냥 젖을 먹고 자란 것은 고전 문학 속에 나타난 조선 사회의 따뜻한 인정의 한 단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정 예찬론'은 이 뿐이 아니다. 남에게 베풀 줄만 알았던 착한 흥부가 훗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인정의 승리를 예찬한 것이다.

조선조 최장수 재상이었던 황희(黃喜)는 정치 일선에서 원칙과 소신, 관용의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인정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세종 때 강원도에 흉년이 들어 밥을 구하는 백성이 많은 것을 알게 된 임금은 황희를 특별히 관찰사로 보냈다. 그가 사심이 없고 정성으로 백성을 보살폈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나 인정이 많았던지 종들을 마음대로 부리지 않았다. 황의는 “노예도 역시 하늘의 백성이니 어찌 함부로 부리리요”라는 글을 써 자손들에게까지 전했다고 한다.

'명품도시' 세종시가 출범한 지도 8개월이 지났다. 과천 정부청사에서 세종시로 이주한 1단계 이전 기관과 공무원 수는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6곳을 합해 5600여명에 이른다.

2단계(2013년 말)와 3단계(2014년 말) 이주 공무원까지 합하면 모두 1만 4000여명이 세종시로 옮기게 된다.

이 처럼 단계적 이전을 앞두고 세종시 정부청사 건립공사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청사 주변 곳곳에는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설 건축물이 잇따라 신축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의 불만의 소리는 하늘을 찌른다.

편의시설이 부족해 불편한 게 한·두가지 아닐 뿐더러, 충청도의 넉넉한 인정을 크게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부족한 게 없는 서울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공무원들로선 불편한 게 많다.

행복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관계기관은 세종청사 이주 공무원들의 이 같은 불편 해소를 위해 하루 24시가 짧을 정도로 뛰고 있지만, 단시일 내 이를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신도시는 인구가 어느 정도 채워져야 대형마트나 문화시설, 병·의원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구가 적은 현재로선 각종 편의시설이 빠른 시일 내 들어서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세종시 이전 공무원들의 불만은 각종 편의시설도 편의시설이지만, 메마른 인정과 시민의식에 대한 불만이 크다.

가족과 함께 세종시로 이사 온 공직자 조차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1년 정도 출퇴근 버스를 타고 통근할 걸 그랬다”며 후회스런 목소리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음식점에 가면 맛은 둘째고, 서비스가 엉망이라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먹을 테면 먹으라는 식의 '배짱영업'과 '바가지 장사'에 혀를 찼다.

그 뿐이 아니다. 저녁에 산책을 위해 밖에 나가보면 주위가 어두워 엄두조차 내지 못함은 물론, 생필품 등 물가도 서울과 맞먹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인근 충·남북이 농ㆍ수ㆍ축산물의 산지임에도 불구하고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충청도의 넉넉한 인정과 배려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누구든 낯선 곳으로 이사하면 서먹해 한동안 적응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세종시로 이주 한 공직자들 역시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어줍기만 하다.

그렇기에 외지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에게는 넉넉하고 훈훈한 인정과 배려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넉넉하고 따뜻한 인정미와 배려는 충청도의 자랑이다. 충청인의 핏 속에 흐르고 있는 따뜻한 인정과 배려가 이주 공무원들에게 느껴질 때 세종시는 진정한 '행복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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