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부실건설사 조사, 지역 영세업체 표적 '죽을 맛'

경기침체에 사실상 전수조사 “회생기회마저 없애”

● 국토부 부실건설사 조사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대대적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색출에 지역건설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건설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해 경영난을 호소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주기적 신고 등과 더불어 사실상 전수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28일 국토부에 따르면 충청권지역 673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부적격 실태조사 결과, 304개 업체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충청지역에서 조사대상업체인 673개 가운데 부적격업체는 대전 36개(30.5%), 세종 9개(42.9%), 충남 111개(44.4%), 충북 148개(52.1%) 등 모두 304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페이퍼컴퍼니로 인한 어지럽혀진 건설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갈수록 줄어드는 발주공사에도 불구, 건설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출규모가 작고 경영상태가 어려운 지역 건설업체로서는 살아날 수 있는 싹을 잘라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미 건설업체들은 적격 요건을 충족해야만 등록이 가능하며 등록 후 3년마다 적격 조건을 맞춰야 하는 주기적신고도 해야 한다.

여기에 2008년부터 해마다 진행되는 실태조사까지 합쳐지면서 그야말로 전수조사가 따로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3년동안의 연평균 매출이 100억원 이상인 업체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영세한 지역건설업체들은 조사대상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상황.

A 지역건설업체 대표는 “그동안 소규모 공사를 연이어 수주해서 매출이 좋았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발주량도 줄어 조사대상에 포함됐다”며 “중소 지역건설사들에 대한 수주 환경이 좋지 않아 매출이 높지 않은 상황인데 이를 페이퍼컴퍼니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대한건설협회 지역 시·도회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에 대한 지역업체들의 반응이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 시도 자치단체가 부적격업체에 대한 청문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정확한 증명 자료를 제시하면 행정처분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