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니트에 보푸라기가 심하게 생긴데다가 치마는 밑단이 울퉁불퉁해져 입기 조차 민망할 정도로 훼손됐기 때문이다.
A씨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원래 그런 옷을 맡긴 것 아니냐”는 세탁소의 말에 얼굴만 붉힌 채 보상도 받지 못하고 마음만 상했다.
#2. 세탁소를 운영하는 B(53)씨는 얼마 전 원피스를 맡긴 고객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다짜고짜 옷이 상했다며 배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B씨는 “다른 옷과 똑같이 세탁을 했는데 유독 그 원피스만 문제가 생겼고 이는 우리(세탁소) 책임보다 제조사의 원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봄이 다가오면서 겨울철 의류를 세탁 보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세탁관련 분쟁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세탁소에 맡긴 옷이 손상돼 소비자와 세탁업체간 시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멀쩡한 옷이 훼손돼 마음이 상하지만, 세탁업체 역시 무조건 배상만 할 수 없는 노릇이어서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실정이다.
2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세탁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피해 접수는 8143건에 달했다.
책임소재별로는 제조·판매업체 책임이 28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세탁업체 책임 535건, 소비자 책임 948건으로 집계됐다.
제조·판매업체 책임은 제조불량이 가장 많았고, 세탁업체 책임은 적합한 세탁방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많았으며, 소비자는 취급 표시를 지키지 않은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세탁업체 책임이나 소비자 책임을 확인할 수 없는 심의판단 불가 또한 1826건으로 3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제품의 구매연도나 세탁방법, 착용과정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사례가 가장 많았고, 소재 특성상 제품하자 또는 세탁과실로 보기 어려운 자연현상이 뒤를 이었다.
세탁물 분쟁이 급증하는 이유는 제품에 하자발생시 서로 원인 규명을 명확히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의류의 가격이 고가일수록 높은 배상액을 두고 의견 대립은 더 치열해진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모(46)씨는 “10년 넘게 세탁소를 하다 보니 하자가 생겼을 때 우리 잘못인지 아닌지 대부분 판단이 된다”며 “하지만 소비자 부주의나 제품 하자로 인한 문제 발생시에도 우리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해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 관계자는 “세탁관련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 표시나 취급시 주의사항을 꼼꼼히 준수하고, 세탁물을 맡길 때 상태를 확인한 뒤 인수증을 받아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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