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가설극장 - 추억의 영화관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가설극장 - 추억의 영화관

[우리문화를 아시나요]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 승인 2013-03-26 14:43
  • 신문게재 2013-03-27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영화!! 말만 들어도 설레는 때가 있었다. TV도 없던 시절, 크리스마스이브에 시골교회에서 환등기에서 나오는 신기한 불빛으로 “예수의 탄생”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신비롭게 보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바로 슬라이드였다. 그 뒤에 끼르르륵 흑백영화가 돌아가면 옆에서 해설을 해주었는데 바로 활동사진이었다. 얼마 뒤에 도회지 아이들은 극장이라고 있어서 영화를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다는 소문에 귀를 기울이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곤 하였다.

드디어 면소재지에 영화가 들어오고 그 소문이 온 마을에 퍼지면 면내의 온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까지도 소문이 나서 온통 영화이야기로 온 세상이 들썩거렸다. 영화가 들어오면 주로 면소재지의 넓은 공터나 창고에 가설극장이 들어섰다. 창고는 사방이 단단한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넓은 공터에 설치된 가설극장은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천막을 쳐서 만들었다. 지금처럼 냉난방장치가 잘 안되었기 때문에 가설극장은 주로 따뜻한 계절에 들어왔고 영화상영도 저녁시간에 주로 하였다. 저녁이 되면 마을마다 면소재지로 영화를 보러 몰려가는 사람들 때문에 왁자지껄 하곤 하였다. 한 마디로 잔치 분위기였다.

용돈이 없는 마을 악동들은 어떻게 하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온갖 궁리를 다 했다. 가설극장 요금이 지금의 극장요금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구하기 힘든 비용이었다. 그러므로 가끔 권장할 만한 좋은 영화들이 들어오면 학교에서 할인요금을 적용하여 단체로 구경하기도 하였다. 이 때 몰려든 학생들 때문에 여간 혼잡한 것이 아니었다. 단체구경을 해도 단체 요금이 없어서 영화를 못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영화를 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기 어려운 말썽꾸러기 아이들은 가설극장 문 앞에서 표를 받는 분의 눈을 피하여 횡 하니 뛰어들다가 발각되어 혼이 나는 경우도 있었고 천막 뒤쪽의 개구멍을 통해 몰래 들어가 영화를 즐기기도 하였다.

지금도 영화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가 각 가정에 보급되면서 영화관이 필요 없어질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영화제작기술이나 영화관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최신영화를 보노라면 가설극장의 예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