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면소재지에 영화가 들어오고 그 소문이 온 마을에 퍼지면 면내의 온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까지도 소문이 나서 온통 영화이야기로 온 세상이 들썩거렸다. 영화가 들어오면 주로 면소재지의 넓은 공터나 창고에 가설극장이 들어섰다. 창고는 사방이 단단한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넓은 공터에 설치된 가설극장은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천막을 쳐서 만들었다. 지금처럼 냉난방장치가 잘 안되었기 때문에 가설극장은 주로 따뜻한 계절에 들어왔고 영화상영도 저녁시간에 주로 하였다. 저녁이 되면 마을마다 면소재지로 영화를 보러 몰려가는 사람들 때문에 왁자지껄 하곤 하였다. 한 마디로 잔치 분위기였다.
용돈이 없는 마을 악동들은 어떻게 하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온갖 궁리를 다 했다. 가설극장 요금이 지금의 극장요금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구하기 힘든 비용이었다. 그러므로 가끔 권장할 만한 좋은 영화들이 들어오면 학교에서 할인요금을 적용하여 단체로 구경하기도 하였다. 이 때 몰려든 학생들 때문에 여간 혼잡한 것이 아니었다. 단체구경을 해도 단체 요금이 없어서 영화를 못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영화를 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기 어려운 말썽꾸러기 아이들은 가설극장 문 앞에서 표를 받는 분의 눈을 피하여 횡 하니 뛰어들다가 발각되어 혼이 나는 경우도 있었고 천막 뒤쪽의 개구멍을 통해 몰래 들어가 영화를 즐기기도 하였다.
지금도 영화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가 각 가정에 보급되면서 영화관이 필요 없어질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영화제작기술이나 영화관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최신영화를 보노라면 가설극장의 예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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