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현장을 찾아서]서구 도심흉물 폐간판 철거

상가건물 방치된 녹슨간판, 작은 바람에도 추락위험 서구 예산마련 철거나서… 도시미관 정비 등 1석 2조

[지방자치현장을 찾아서]서구 장기방치 간판 정비사업

대전 서구(구청장 박환용)가 도심에 버려지듯 방치된 폐간판을 철거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관리자 없이 건물외벽에 남아있는 폐간판은 도시미관을 해치고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해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25일 오전 10시 서구 둔산동 샘머리아파트의 상가건물에 폐간판을 떼어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3층 높이의 상가는 세입자들이 수시로 바뀌는 과정에 그대로 남은 간판이 건물 외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책방'부터 이용원, 피부관리실, 방앗간 등 상가에서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가게의 간판이었다. 또 간판글씨도 빛바래 알아볼 수 없고 길이 2m의 철제부위가 심하게 녹이 슨 것도 다수 있었다.

주인없이 방치된 간판들이 건물외벽을 차지하면서 상가는 더욱 오래돼 보이고 새롭게 영업을 시작하는 상가가 오히려 간판을 걸 수 없는 처지였다.

현장을 지켜보던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업종이 바뀌거나 철수할 때 영업주가 간판까지 모두 떼어냈어야 하는데, 간판은 그대로 남겨놓는 바람에 지금은 골칫거리가 됐다”며 “주인도 찾을 수 없는 폐간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구청에서 철거를 해줘 반가운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서구는 이날 샘머리아파트 상가건물에서 폐간판 10개를 떼어냈다.

구가 개인소유물에 해당하는 폐간판을 직접 철거하는 것은 자칫 보행자의 안전사고를 초래할 위험때문이다. 오랫동안 방치된 녹슨 간판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려 떨어지는 경우가 있고, 실제 간판추락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태풍에 대전지역 간판 10여장이 떨어져 길을 걷던 학생이 머리에 상처를 입은 사고도 있었다.

서구 도시과 안준영 광고물 주무관은 “폐간판은 도시미관에도 좋지 않지만, 보행자 안전 측면에서도 철거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폐간판이라도 소유주를 찾거나 건물관리인의 서면동의를 받은 후 철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는 폐간판 철거를 위해 간판 관련 옥외광고물 신고나 허가 수수료와 이행강제금 등과 지방재정공제회의 예산을 모아 3억원을 마련했다. 둔산동과 관저동, 월평동 일대의 상가건물에 남아 있는 폐간판을 떼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내 주요간선도로변에 장기방치된 간판을 전수조사했고, 9곳 21개의 불법간판을 건물소유자 또는 관리자의 간판철거 승낙서를 징수했다.

도시과 이동원 과장은 “폐간판 철거를 위해 별도의 예산을 마련한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그만큼 방치된 간판이 늘었다는 의미”라며 “간판이 방치돼 발생한 사고는 간판소유자나 관리자에 책임이 지워지므로, 자진해서 철거하는 동참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