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카메라'를 성찰의 도구로 활용, 다른 사람의 눈으로 중계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나를 다시 보는 방법을 안내한다.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일을 겪지 않을 수 없으며, 어떤 상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이 책은 말한다.
또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글과 함께 실린 명상 사진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한동안 붙잡는다. 특정한 주제를 갖고 찍은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로, 카메라를 명상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찍기를 통한 다양한 명상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저자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거의 매일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은 사진 찍기를 통한 철학적인 사유의 보편성과 가능성을 한껏 높여 놓았다. 카메라를 들고 느리게 걷는 순간, 우리는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라고 말한다. 사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손에 드는 순간, 세상이 갑자기 새롭게 보이거나 이전에는 관심을 갖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오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사진 찍기에 내재된 이 힘을 명상을 위한 방편으로 활용한다. 구체적인 카메라 명상법도 제시하고 있어 이 책에서는 '무방비 상태로 사진 찍기'를 비롯해 사진 찍기로 선문답하기, 노 파인더로 사진 찍기, 사진 속 내 시선 들여다보기, 암실에서 현상한 자화상(포토그램), 찍은 사진을 보고 글쓰기, 흑백사진 그림책, 리얼 월드에서 바라본 매트릭스(포토콜라주), 미래에서 바라본 현대의 문화(역사신문) 등 구체적인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임민수 지음/비움과소통/224쪽/1만4000원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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