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사회과학대 306호. 이곳은 육 교수의 연구실이다. 6.6㎡ 남짓한 좁은 공간에 한 면은 지방행정과 지방분권에 대한 책으로 가득 차 있다. 또 한쪽에는 그가 연구 중인 프로젝트 자료와 학생들 과제물까지 눈에 띈다. 물론 이것들도 지방에 대한 것이다. 누가 봐도 '지역균형 전문가'다운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방이다.
육 교수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현 정부의 지방 정책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경제발전, 안보, 복지 등이다”며 “이 때문에 지방분권과 지역공약 등은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며 지방학자다운 지적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육 교수는 “지방분권은 이제 피할 수없는 시대정신”이라고 지칭했다.
이어 “만일 현 정부가 지방분권과 자치를 소홀히 한다면 국정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정부 추진체계를 하루속히 재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향후 5년간 충청권 발전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충청권 최대의 과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성공적 조성, 내포신도시 조기 정착, 대전 원도심 활성화 등이다”며 “이를 위해 지역의 지혜와 힘을 모으고 지역 인재의 활발한 중앙 진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 조기 정착에 대해선 “세종시 설치법의 조속한 개정으로 특별자치시로서의 자주재정과 공무원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국회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의 세종시 설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 교수는 교육자치제도 변화 필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최근 민선 교육감의 도덕적 해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며 “교육 자치를 바로잡고 지방교육에 대한 지역민 신뢰회복을 위해선 새 정부가 교육감 선거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MB 정부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시면서 최근 정부포상까지 받으셨는데 소감은?
▲4년 동안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촉진위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3년 1월 촉진위 활동 종료까지 줄곧 활동한 유일한 위원입니다.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교육자치제도 개선,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 등의 분권 과제 책임자를 맡아 많은 연구와 토론회 및 공청회를 통해 최적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에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지방분권촉진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성과 분석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촉진위 출범 이후 모두 1587건의 중앙사무를 지방에 이양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또 부가가치세 5%의 지방소비세 도입과 지방소득세 독립세 전환을 통한 지방재정 확충,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 등도 진행했습니다. 자치경찰제 시행안, 지방의회의 활성화, 교육자치제도와 주민참여제도 등의 개선을 위한 대안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이 지방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에 따른 지방재정과 인력의 획기적인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지방분권을 촉진하려면 대통령의 의지와 함께 국민의 관심과 국회의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촉진위 활동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지방분권 정책을 어떠한 방향으로 펼쳐야 한다고 보시는지.
▲새 정부의 지방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분권 추진기구도 가시화되지 않았고 국정과제에서도 후순위로 밀려있습니다. 그러나 지방분권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정신입니다.
국가안보, 창조경제, 국민복지 등의 새 정부 국정과제들에 지방정책이 묻힌 채 중앙 집권시대로 회귀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지역균형발전 및 지방행정체제개편들이 일관성을 갖고 종합적으로 추진되려면 중앙정부의 추진체계를 하루속히 재정립해서 출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지방분권과 자치를 소홀히 한다면 내년 지방선거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국정장악력도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거론하며 경제 발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지방자치 학자로서 충청권 발전을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정부로부터 반드시 얻어내야 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그동안 충청권은 각종 현안과 중앙정부 인사 시 푸대접받아왔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을 탓하게 전에 지역의 힘과 역량을 적시에 모으지 못한 것도 충청권이 홀대받는 원인이 돼 왔습니다.
충청지역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합니다.
최대과제는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적 조성, 세종시의 정상추진, 그리고 충남도청의 원활한 이전 및 대전시 원도심 활성화 등입니다. 이에 필요한 법과 제도, 재정적, 정책적 지원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지역민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둬야 합니다. 또 지역 인재의 중앙 진출 노력도 필요합니다. 충청권이 도약하느냐 주저앉느냐는 충청 지역민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지역균형발전 상징인 세종시가 이미 출범했습니다. 세종시가 조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시죠.
▲세종시가 행정중심도시 나아가 국가 중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너무도 많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세종시의 성공적 건설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여러 약속을 충실히 지키는 것입니다.
특히, 세종시 설치법을 조속히 개정해서 특별자치시로서 필요한 자주재정과 공무원 정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중앙행정부처 이원화 탓에 나타날 수 있는 국정 비효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당분간 국회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의 세종시 설치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종시를 운영할 지방 공무원들의 역량 제고와 세종시 내 불균형 발전 해소도 시급합니다.
-최근 불거진 충남교육청 전문직 시험 비리로 교육계가 떠들썩합니다. 일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교육자 입장에서 바람직한 교육자치제도 구현을 위한 생각을 밝히신다면?
▲최근 일부 민선 교육감들의 도덕적 해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감 개인차원을 넘어 교육계 전반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의 중심에는 잘못된 교육감 선거제도가 있습니다.
개선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직선제를 유지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현 동시지방선거를 분리해야 합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배제하고 교육감선거와 함께 별도로 실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둘째는 교육감선거를 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치르는 방안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시ㆍ도지사가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방법인데 이는 외국에서 대부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제도 재정비는 위기의 교육자치를 바로잡고, 지방교육 신뢰회복을 위해 새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국정과제인 셈입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밝혀주신다면.
▲물론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또 그동안 미룬 저서활동을 마무리해서 출간할 예정입니다. 지방분권과 관련해 강의와 언론을 통해 많은 지역민과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영예로운 훈장도 받았으니 더더욱 국가와 지역을 위해 제 모든 지식과 역량을 쏟을 생각입니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강제일 기자ㆍ사진=손인중 기자
●육동일 교수는 누구
▲1954년 옥천 출생 ▲학력=대전 중앙초, 대전중, 경기고 졸, 연세대 및 동대학원 행정학과(행정학 박사)ㆍ미국 컬럼비아대 국제 및 행정대학원ㆍ미국 뉴해븐대 경영대학원 졸 ▲경력=1986년 2월~현재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2012년 9월~현재 문화재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2008년 12월~2013년 1월 대통령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2006년 9월~2009년 9월 대전발전연구원장, 2006년 2월~2007년 2월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2002년 8월~2004년 8월 충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및 행정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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