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욱 대전상의 부회장·오성철강 회장 |
대전만의 문제도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산업화의 과정을 겪은 모든 기업인들이라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을 떠올리리라 생각된다.
전후 세대들은 전쟁 후의 아픔과 고통을 겪어가면서 70년대 이후 산업화의 과정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으며, 여러 번의 국가 위기를 극복하면서 세계 무역규모 기준 11위권의 거대 경제국으로 성장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열정'과 '땀'으로 이룬 결과 였다.
하지만, 이러한 급속한 성장 속에 부동산, 자산 등의 거품이 지속적으로 커졌으며, 이러한 거품이 해소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부동산과 건설업, 조선업, 철강 등 각 분야에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아픔을 겪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구조조정과 아픔은 먼 훗날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되리라 본다. 다만,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뿐이고 어쩔 수 없는 희생자도 양산되기 마련인 것이다. '열정'만으로는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감지하고 대비할 수 있는 '냉정'이 필요한 시기다.
건설산업의 전반적인 위축과 축소는 당연한 귀결로 가고 있는 것이며, 과거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난히도 강했던 '내 집'에 대한 꿈과 희망이 낳은 부동산 경기 과열이 식어가면서 대규모의 하우스푸어가 양산되고, 부실건설사와 부실 저축은행이 정리되는 과정에 있다.
공급과잉은 비단 건설산업 뿐 아니라 조선, 철강 등 전반적인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구조조정 과정을 당연히 겪고 있는 것이다. 시장 경제체제 하에서는 이러한 반복은 수요-공급의 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어떠한 산업이든 겪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의 문제이고, 거품이 너무 커져서 피해가 사회 전체적으로 크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고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제구조에 다다랐기 때문에, 창의와 혁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절실하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전통산업이라 하더라도 혁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빵집도 그냥 빵집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제품 다각화나 신상품 출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살 수 있다. 40년된 식당도 혁신을 지속해야 오래된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이나 독일에서 강소기업이 많은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제 시스템도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고용창출을 통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기본사항이다.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개념도 이러한 중소기업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거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는 산업전반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단순히 대기업에 편중된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기반되어야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 대전의 몇몇 기업들은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으며, 전국을 상대로 또는 전세계를 상대로 큰 발전을 하고 있다.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사례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끝으로, 중소기업의 역할에 있어서 또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정의와 신뢰다. 과거에는 부패, 비리, 정경유착, 지하경제가 만연하는 시대였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의와 신뢰가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다. 주요 선진국의 커다란 경쟁력 중의 하나는 공정(fair)과 신뢰(trust) 다.
이제는 지역의 중소기업들도 국제 기준에 적합한 회계기준과 원칙을 따라야 하며, 당연히 그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경영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대전의 지역 기업들이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고 위험을 피해 갈 수 있는 '냉정함'과 혁신과 발전을 위한 '열정'을 잃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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