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도마동에 사는 박모씨는 아침 출근길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승용차를 타고 이면도로를 지나던 중 한 할머니가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면서 차로 칠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박씨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사고는 면했지만, 아침부터 이런 일을 당하자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무단횡단은 사회의 기초질서가 금가는 벽돌 한장같은 사안이지만, 사회적자본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 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사람이 조금 빨리 건너거나 횡단보도나 육교를 이용하기 불편해 선택하는 무단횡단은 우리가 수시로 만나는 무질서의 하나다.
보행자이거나 운전자가 될 수 있는 모든 구성원은 하루에 몇 번씩 편리와 판단에 따라 질서를 회피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자신의 작은 사소한 판단이 기초질서의 밑돌을 빼는 일이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되고 있다.
왕복 4차선 이상의 간선도로에서 볼 수 있는 무단횡단 차단막을 예로 들 수 있다.
중앙선에 성인 허리 높이까지 올라오는 철제빔은 이제 차량과 보행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로 인식되지만, 무단횡단 기초질서가 지켜졌다면 필요없는 시설물이었을 것이다.
또 차도를 인도와 같이 블록으로 포장해 차량속도를 줄이거나 도로를 S자로 만드는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 역시 무단횡단 사고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설치하기 위한 비용과 노력을 사회가 감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대전시에서 무단횡단사고로 41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는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중 34%에 이른다. 무단횡단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경우가 줄기는 커녕 2011년보다 1.6% 늘었다.
대전이 무단횡단 사고로부터 안전한 도시가 아니란 반증이다. 아울러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단횡단은 다른 사람에게도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전파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테면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는 한 무리의 사람중 어느 한 명이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주변의 다른 사람도 멋모르고 따라 건너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아무렇지도 않게 무단횡단하는 사람들. 심지어 횡단보도로 건너가자고 아이가 말할 때도 이를 무시하고 자기의 편리를 위해 무단횡단을 일삼는 사람들.
오늘 하루 거울을 보고 낯두꺼운 어른은 아닌지, 창피스런 어른은 아닌지 되돌아보며,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태구 기자 hebalak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